(서울=연합인포맥스) 언제까지 현금을 보유해야 할 것인가. 자산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 5년 이상을 저금리 속에 몇 bp(basis point) 더 주는 금융기관을 전전하며 작은 게임에 지루하게 몰두해 왔지만, 최근 들어 눈길도 주지 않았던 주식시장의 답답한 기류가 바뀌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주택건설과 소비가 꾸준히 확대된 영향으로 신고점을 경신했고, 코스피 지수는 숨 가쁘게 상승 중이다.

다우지수는 그렇다고 쳐도, 무엇보다 코스피의 오름세가 이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아무리 신흥시장 중에 한국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지만 외국인이 이토록 최장 기간에 걸쳐 주식을 순매수하는 이유는 뭔가. 이번에도 국내 참가자들이 모르는 무엇인가를 외국인이 먼저 아는 것일까.

코스피 지수가 2,050선을 돌파하자 일부에서는 중국 쪽만 받쳐주면 2,200선까지 점치는 전망이 나온다. 상반기까지 중국경제는 지방정부 부채, 그림자 금융 등과 관련된 금융시장 불안으로 부진했지만 최근 지표가 호전되는 모습이다. 3분기에 중국의 주요 도시 신규 주택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항상 그랬듯이 금융시장은 늘 한 발짝 먼저 움직였다. 지루하던 교착 국면에 조류 흐름의 변화가 시작된다면 국내 부동자금 800조 원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외국인들이 불붙인 주식시장이 본격 주목을 받게 되면 당연히 채권, 외환시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채권의 죽음'이 좀 더 시간을 당겨질 것이고, 원-달러 환율의 추가하락도 불가피해 국내 금융시장은 몇 차례 크게 요동이 칠 공산이 높다.

반면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노른자위 지역들을 중심으로만 전세금 상승 속에 시세형성이 이루어지고 있어, 고령화와 가계부채의 문제로 말미암은 대세 전환이 이르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세계경제의 반전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식시장의 불꽃이 실물로 옮겨 붙으려면 양적완화 정책의 속도가 중요하다.

엄청나게 찍어낸 돈이 회수되지 않고 지연되는 기간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방황이 언제까지고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셧 다운' 등 때문에 양적완화의 축소가 유예된 기간에 부동자금은 선제적이고 발 빠르게 움직이며 자산시장의 재편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자산가들로서는 투자할 곳이 없어 일부 부실 대기업의 CP까지 기웃거리던 국면을 끝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들에겐 특히 위기국면 이후 주식이나 부동산 움직임 시점에 편승하지 못하면 부의 재편에서 소외된다는 학습효과가 강하게 남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와 세계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현금 자산의 비중에 변화를 주지 못한 자산가들은 게임에서 탈락자로 전락했다. 주식 부자가 출현하는 시점에 안락한 현금 자산만을 고집했다가는 '루저'가 되기 십상이었다.

주가가 좀 더 올라간다면 당분간 이들 사이에는 '큰 부자가 작은 부자로 추락하고, 반면에 작은 부자가 큰 부자로 올라서는' 부의 재편 과정이 재개될 것이라는 조바심이 확산할 것 같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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