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의 재무개선을 강제하기 위한 강력한 장치를 마련했다.

현대상선이 재무개선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5%를 처분할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이 여전히 30%에 육박하며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현대그룹에 5%의 지분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산은과 현대상선은 재무개선 등을 위한 '여신거래특별약정'을 맺는다.

현대상선이 이날 만기가 돌아오는 2천800억원의 회사채 차환을 위해 지난달 2일 신속인수제(차환지원제)를 신청하고 산은과 차환발행심사위원회가 같은 달 17일 이를 허용키로 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금융기관 중 현대상선에 대한 여신 규모가 가장 많은 산은은 이번에 회사채 차환을 지원해 주면서 주채권은행이 됐다.

회사채 신속인수제에 참여한 기업은 주채권은행에 재무개선을 위한 자구계획을 제출하고, 여신거래특별약정을 맺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여신거래특별약정 이행을 위해 현대상선의 대주주가 책임을 담보하는 별도의 약정을 맺을 것을 요구했다.

약정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경영진 교체 등의 지배구조개선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한 협의도 있었다.

결국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는 보유중인 현대상선 주식 772만주(5%)을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따지면 1천104억원에 이른다.

만일 현대상선이 제출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거나 여신거래특별약정 사항을 위반하게 되면 산은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담보로 맡긴 주식을 처분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담보로 내놓은 주식에 대해 근질권이 설정됐다.

현대상선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5천억원의 회사채 가운데 4천억원 가량을 신속인수제 신청을 통해 지원 받을 계획이다.

따라서 현대엘리베이터가 내놓아야 하는 담보 주식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8월말 기준 현대상선의 지분 24.13%를 보유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1.68%)과 특수관계인 지분 등을 감안하더라도 현대그룹이 보유한 지분은 27.60%다.

물론 넥스젠캐피탈과 NH농협증권 등 우호지분과 우리사주조합 등이 보유한 지분까지 고려하면 50%에 육박하는 지분을 갖게 돼 당장 경영권에 큰 문제는 없다.

현대상선은 해운업황의 장기 침체로 2011년 1분기 이후 올해 2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수익성이 악화하자 자산매각 등을 통한 자금확보와 함께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등 자구노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주채권은행과 손을 맞춰 재무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 3천589억원에 달했던 현대상선의 금융비용은 작년에는 7천118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금융비용이 늘고, 또다시 수익을 나쁘게 하는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895.09%이다. 2011년 403.84%, 2012년 720.1%이던 게 크게 악화했다. 차입금의존도도 73.6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연결기준 총 부채는 7조658억원, 순차입금은 5조6천27억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상선의 재무전략은 전방위 자금조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지난 5월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보유중인 KB금융지주 주식 305만5천주를 기초로 1억1천760만달러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내달에는 2천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병행해 자본 확충 효과가 있는 영구채권 발행도 꾸준히 추진중이다.

컨테이너운임을 유동화해 1억4천만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사후관리협의회(과거 채권단)으로부터 이행보증금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면서 2천400억원에 달하는 자금도 돌려받았다.

이밖에 돈이 될만한 자산 등의 매각을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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