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기자 = 이석채 KT 회장이 배임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받고 있는 가운데 KT의 실적악화가 이 회장의 퇴진압박에 명분이 되고 있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KT는 유ㆍ무선 통신시장과 초고속인터넷 시장 등에서경쟁사들에 밀리고, 자회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T가 처음부터 실적이 안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09년 KT는 애플의 아이폰 3G를 국내 처음 도입하는 등의 혁신을 보이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유ㆍ무선 가입자 수와 매출액이 꾸준히 늘어왔다.

하지만, 최근 1년여간의 이 회장의 KT는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올해 6월 연결기준 KT의 영업이익은 7천156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천465억원보다 32% 줄어들었다.

최남곤 동양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의 성장률이 좋아서 업황보다는 KT의 경영전략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KT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이유는 유ㆍ무선 모두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이 좋은 고객들을 타사에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통신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무선통신 가입자가 5천41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KT는 15만1천516명의 가입자가 줄어든 반면 LG유플러스는 65만6천683명이, SK텔레콤은 45만4천487명이 늘어났다.

무선시장뿐만 아니라 유선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SK브로드밴드는 15만4천709명, LG유플러스는 15만4천293명이 증가했다.

KT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3만8천699명 늘어난 것에 그쳤다.

경쟁사들이 1년여 기간에 KT보다 5배씩 성장한 셈이다.

KT 관계자는 "무선은 광대역 LTE를 이제 시작했기 때문에 실적이 조만간 올라갈 것 "이라며 "유선은 시장 자체가 좋지 않기 때문에 경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업황의 문제"라고 말했다.

주종목인 통신분야뿐만 아니라 비통신 분야 자회사들의 실적도 어둡다.

자회사인 비씨카드와 KT텔레캅은 올해 6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각각매출액이 695억원, 300억원 줄어들었다.

올 초 실적악화를 이유로 휴대폰 제조사였던 KT테크는 청산을, 교통카드 시스템 개발사인 유페이먼트는 DGB금융그룹에 매각된 바 있다.

또, 최근 참여연대는 KT 내부 이사회 문건을 공개하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KT클라우드웨어가 63억2천만원, 참여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KT OIC도 15억6천만원의 영업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T의 미래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는 광대역 LTE로 LTE 경쟁력을 회복하고 내년부터는 유선통신 매출 감소세도 둔화될 것"이라며 "무선통신과 자회사의 수익호전으로 내년 영업이익은 연 평균 14.1% 증가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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