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증권사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 당기순익 기준으로도 1~2위 자리를 공고히 지켜왔던 대우증권이 지난해 업계 실적 순위가 6위권으로 밀려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증권은 2009년(2009년4월~2010년3월)에는 3천159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업계 1위, 2010년(2010년4월~2011년3월) 당기순이익은 2천522억원으로 현대증권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대우증권은 이제 실적 기준으로 6위권 밖으로 밀려난신세가 된 것이다.

21일 전문가들은 대우증권이 지난해 자산관리 업무를 강화하면서 기존에 강점이 있었던 위탁매매 실적 등이 감소하며 전체적인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부진 얼마나 심하길래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2011년 3분기(2011년4월~12월) 누적 당기순이익이 967억원으로 업계 6위에 머물렀다.

가장 많은 순익을 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1천81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삼성증권(1천474억원)이 순익 기준 업계 2위, 현대증권(1천469억원), 키움증권(974억원), 우리투자증권(973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대우증권의 순익은 1위인 한국투자증권 순익의 절반가량에 그친 셈이다.

대우증권은 2009년 순익의 경우 2위인 하나대투와 600억원 이상 차이를 보이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3천억원 이상 순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은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에도 밀리며 `빅 5'안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은 약3조9천억원으로 업계 1위이며, 키움증권(약7천800억원)보다 5배가량 큰 덩치를 자랑하고 있다.

▲공룡 자기자본으로 실적 부진…이유는 = 회사 안팎에서는 지난해 임기영 사장의 자산관리 부문 강화 전략이 실적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존 업계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위탁매매 등 리테일 사업 부문 등의 실적이 부진하게 나오면서 전체 실적이 크게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임 사장은 지난해 최근 증권 산업 트랜드가 단순 브로커리지 사업에서 자산관리로 가고 있다고 보고 리테일 혁신과 체질개선을 강조하며 지점 PB업무를 강화했다.

대우증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회사가 자산관리와 상품 쪽을 과도하게 강조하면서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리테일 부문에서 오히려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며 "지점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이나 우리투자증권이 자산관리에서 강점을 가지게 된 것은 단기간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며 "다른 회사들이 4~5년에 걸쳐 역량 강화를 통해 이룬 것들을 대우는 단기간 바꾸려다 보니 역효과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호산업 지분 감액 손실과 중국고섬 일회성 손실이 반영된 것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B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리테일 영업 부진은 물론, 금호산업과 중국고섬 관련 손실이 지난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일회성 비용은 어차피 해소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리테일을 얼마나 회복시키는지가 증권업계 상위권 탈환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실적 개선 가능할까 = 대우증권은 지난해 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해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이 18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통과 후에도 수익을 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실적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C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우증권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자기자본을 크게 확장한 상태"라며 "자통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우증권의 실적 정상화 시점은 다소 늦춰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과 관련 대우증권 측은 "공시가 나오기 전에 (금융감독원에서) 실적이 먼저 나와 당황스럽다"며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 명확한 실적 부진 요인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올해 6월 임기가 완료되며 지난해 실적 부진 외에도 ELW 관련 부당 편의 제공 혐의 기소와 중국 고섬 상장에 따른 투자자 피해 등으로 연임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내외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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