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 조직 개편으로 인사 내정자 명단이 발표되면서 김중수식(式) 인사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성태 총재 시절부터 내부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인물들이 일제히 물갈이되고 '김중수의 사람들'로 채워진 인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직급을 따지지 않고서열 뒤집기은 인사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한국은행은 20일 부총재에는 박원식 부총재보를, 부총재보 후임에는 김준일 경제연구원장, 강준오 기획국장, 강태수 금융안정분석국장, 김종화 국제국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신임 국장급에도 기획협력국장에 배재수 포항본부장이, 조사국장에 신운 조사총괄팀장이, 통화정책국장에는 김민호 통화금융팀장, 국제국장에는 유상대 채권시장팀장, 발권국장에는 이홍철 정보서비스실장 등이 새로 승진했다.

▲가장 예리한 칼날 '부총재' = 이번 박원식 부총재보의 부총재 선임은 외부인사 선임이라는 비난을 비켜가면서 내부 인사들을 일제히 정리하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시나리오가 됐다.

부총재보 선임 이전에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김준일 경제연구원장 추천설이 거론되면서 내부 반발이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내부 승진이라는 장점도 부각된다. 단번에 외부 인사 추천에 대한 불만을 제거한 셈이다.

그 뿐만 아니라 김준일 경제연구원장은 한국은행에 입행한 지 1년 만에 이사급인 부총재보 자리를 거머쥐게 됐다. 대표적 김중수 맨으로 거론되던 김 원장의 초고속 승진은 이런 포석을 잘 반영한 셈이다.

아울러 신임 부총재인 박원식 부총재보는 1956년생으로 당초 부총재보 중에서 가장 젊다. 따라서 임기가 만료된 부총재보 3인의 공석을 포함한 4명의 부총재보 자리에 1957년~1959년생의 비교적 젊은 인사들을 앉힐 수 있게 됐다.

김준일 원장이 1957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많고 강준오, 강태수 국장은 1958년생, 김종화 국장은 1959년생이다.부총재급의 연령대가 3~4살 정도 젊어진 셈이다. 김중수 총재의 '젊은 조직'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성태 키드' 일제히 이동 = 반면, 이성태 전 한은 총재 시절의 핵심 인재들은 대거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이 나는 등 핵심보직에서 배제됐다.

한은은 이를 위해 경제연구원에 연구위원제도를 신설하기도 했다. 오랜 실천적 경험과 경륜을 더해 실효성 높은 정책분석 결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책 관련 경험이 풍부한 부서장을 연구위원으로 배치한다는 명분이지만 이를 믿는 한은 직원은 거의 없다.

이상우 조사국장, 민성기 금융시장 국장, 이흥모 발권국장 등 핵심 인사들을 사실상 신설 부서로 발령을 냄으로써 '이성태 키드 제거'에 대한 의지도 확고히 드러냈다. 김현의 목포본부장, 이종규 경제연구원 부원장도 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조사국의 역할과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김중수 총재의 입장과 다소 배치되는 그림이다. 그만큼 이성태 시절 핵심 인재들을 핵심 부서에서 배제함으로써 이성태 총재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직급, 서열 역전에 긴장 'UP' = 직급과 서열이 파괴된 인사 방침도 한은 내부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통상 1급으로 채워지던 국장급에 대거 2급 인사들이 포진되면서 후배 밑에서 선배가 일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날 발표된 인사에서 조사국장ㆍ거시건전성분석국장ㆍ국제국장 등 3자리가 모두 2급으로 채워졌다. 다소 보수적이지만 안정감을 중시해 입행순서나 직급순으로 이뤄지던 한은의 인사 방침과 180도 달라진 행보다.

한은 일각에서는 이같은 연공서열 파괴가 조직 내부의 긴장감을 키우고 직원간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친(親) 김중수식 박사급 인재 발탁 = 박사급 인재들을 대거 등용한 점도 특징이다.

김중수 총재는 그동안 해외 유학파 박사급 인력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한은 내부에서는 총재가 선호하는 해외파 박사 2급 팀장들을 두고 '독수리 5남매'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이는 김중수 총재가 한은의 국제적 위상을 중시하면서 이에 걸맞은 학벌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평소 강조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번 인사에서는 유상대 채권시장팀장, 신운 조사총괄팀장이 각각 국장급으로 자리매김했고, 서영경 국제연구팀장, 성병희 금융시스템 부장, 강종구 경제사회연구실장, 박양수 거시모형팀장, 전승철 정책총괄팀장도 승진했다.

한은은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다년간 정책부서 근무 경험이 있는 유능한 2급 팀장 등을 정책 분석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절실하다고 판단하는 직책에 발탁, 보임했다"라고 설명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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