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워렌 버핏은 주식 투자의 지존이면서도 현인(賢人)이라는 칭송을 받는다. 탐욕스럽다는 지적까지 받는 주주자본주의의 다른 이름, 주식투자전문가가 이렇게 칭송을 받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지난주 미국의 뉴스 전문 보도 매체인 CNN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버핏은 아들인 하워드와 손자를 데리고 피어스 모건이 진행하는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버핏은 3대가 나란히 출연한 생방송에서 주식투자를 통해서 어떻게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는지를 말하지 않았다. 그는돈보다 귀한 자식을 어떻게 올바른 인격체로 키울 수 있었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그는 셀룰러 폰을 보여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구식 폴더폰을 내밀며 "지인이 새 것을 사고 준 것인 데 사람들에 바로 전화할 수 있어 엄청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나는 20년에서 25년이 될 때까지 어떤 것도 버리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장남인 하워드가 뒤뜰을 빌려서 텃밭을 가꿀 때도 임대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금융전문가 답게 임대료는 당시 아들의 몸무게에 비례해서 올린다는 옵션조항까지 붙였다.

버핏은 (몸무게를 억지로 늘리려고) 당시 아들인 하워드에 캔디와 파이를 많이 먹였다는 농담도 했다.

아들인 하워드는 "불행하게도 계속 더 높은 임차료를 내야 했다"며 아버지 전략이 주효했음을 시사하는 등버핏의 농담에 화답하기도 했다.

버핏은 또 아들 둘 ,딸 하나인 자녀들 모두를 공립학교에 보낸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자녀들이 할아버지와 엄마가 다녔던 시내 공립학교를 나왔다"면서"그 학교는 75년동안 흑인 비율이 20에서 35퍼센트 였다"고 말했다.

그는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자녀들은 진짜 세상이 어떤지, 진짜 미국이 어떤지 봤을 것"이라며 " 그게 최고의 교육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자녀들이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도 "훌륭한 시민이면서 좋은 부모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버핏은 인터뷰 말미에 자신의 낡은 지갑을 보여주기도 했다. 20년쯤 됐다는 낡은 지갑에는 1964년부터 가지고 다닌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카드가 있었다. 원조 그린 아멕스 카드라며 셀루러폰처럼 참 좋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핏은"일반 사람보다는 좀 많은 몇백불 상당의 현금도 있다"면서 "지갑에 다른 카드도 많이 있지만 전부 가족 사진이다"고 소개했다.

버핏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10조원 상당의 부를 새롭게 불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시 투자의 귀재라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부러워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는 게 아닐까.

버핏의 자녀들은 큰 재물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자서전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인격체로 자랐다. 이제 비영리 재단을 이끌면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보고 자란 손자들도 비슷한행보를 걷고 있다.

선대의 재산을 놓고 법정소송을 벌이고 각종 횡령혐의로 감옥을 드나드는 우리나라 재벌들은 버핏의 품격을 어떻게 볼까.

버핏은 인생에서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순간을 선택하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 아버지와 함께 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 이 세상에 사랑만 한 게 없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부모님을 모시는 자식이면서 부모인 입장에서 공감이 가는 장면이었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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