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삼성의 임원들
<최기억 칼럼> 삼성의 임원들
  • 승인 2012.02.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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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남들은 바깥에서 선망의 눈길을 보내지만, 안에 있는 임원 중에 행복한 이들은 많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부러움을 사는 삼성그룹 임원의 행복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이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점은 삼성의 성취가 커질수록 그들의 행복도는 반비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대부분이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 탓에 얼굴이 무언가에 씌어 있는 '멍'한 모습이다. 임원 생활 3~4년을 보내면 몸과 마음이 소진된 이른바 '번 아웃(Burn Out)'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선택받은 극소수인 이들은 항상 큰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자신의 결정과 업무 수행에 수십, 수백 명의 한 해 벌이가 정해진다. 우울증 등 심리적 공황도 일반 직장인과 다르다. 새벽부터 업무를 시작해 심야 회식까지 하루 일과가 전쟁이다. 이들에겐 삶의 의미가 직장이고 그곳에서 맡은 책임과 긴장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격심하게 가동시키는가.

첫 번째 동인(動因)은 의무감과 성실성 때문이다. 회사가 최고 대우를 해주니 여기에 부응해야 한다는 자세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와 운전사, 비서, 헬스클럽 회원권과 가족들까지 '건강관리'를 해주고, 계열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파격적 성과보수를 지급받는다. 임원을 두어 차례 정도 지내면 창업하지 않고도 중소기업 오너보다 나은 팔자가 된다. 최고의 대우는 최대의 피땀을 요구한다. 이런 인센티브가 충성심을 이끌어냈고 그들의 에너지가 오늘날의 삼성을 가능하게 했다.

두 번째 강력한 추동력은 공포감이다. 임원들은 높은 대우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절박감에 동시에 시달린다. 임원이 되는 순간, 이들은 말 그대로 '임시직원' 클럽에 가입한다. 떠날 날이 언제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전엔 정기인사가 고비였지만 이후엔 비정기적인 인사가 숨통을 죄고 있다. 하루아침에 누리던 보상이 없어진다면? 자연히 삶의 의미와 존재 의미도 퇴색된다. 보상이 사라졌을 때의 낙차가 큰 만큼 두려움도 비례한다. 시한부에 대한 불안감은 사람을 더욱 강렬하게 움직이게 한다.

삼성그룹은 올초 사상 최대 규모인 500여 명의 신규 새내기 임원이 별을 달았다. 임원 순환이 더 빨라져 많은 이가 '별'을 달고 많은 숫자가 동시에 옷을 벗었다. 승진의 기쁨 숫자만큼 옷을 벗는 슬픔도 많아진 것이다. 젊은 조직을 표방한 삼성전자는 임원의 평균 나이가 49.9세다. 이들은 막상 임원이 되는 순간부터 '퇴직 증후군'이란 숨이 턱 막히고 막막한 경험에 직면한다. 고위 임원일수록 퇴직 후 '보장된 삶'과 '어려운 삶', '부활'과 '고립'의 갈림길이 명확하다. 천국에서 살다가 언제든지 지옥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절박감이, 삼성 임원들을 극한으로 가동시키고 있다.

오늘날 삼성의 성취는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경영능력도 중요했겠지만, 임원들의 피와 땀과 눈물과 스트레스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취재본부장)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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