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워싱턴=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미국이 생산기지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운송.노동.에너지 등 비용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리쇼어링(reshoring)'이라는 현상이 만들어졌다.

먼저 중국 등 저임금국가의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 비해 미국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 노동비용이 생산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졌다. 이에 따라 운송 비용 등 시장으로부터 먼 지역에서 생산할 때 드는 비용 부담이 점차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 내 에너지 비용 하락은 운송비용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을 검토하는 또 다른 요소가 됐다.

이를 두고 일리노이대학교 시카고캠퍼스의 하워드 와일 교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의 생산이 "더는 공짜점심이 아니다(not a free lunch)"라고 표현했다.

오프쇼어링의 가장 큰 이유였던 낮은 노동비용이 운송이나 연구개발(R&D) 등 다른 비용으로 상쇄된다는 것이다.

▲ 노동비용보다 운송비용 절감이 기업경쟁력 좌우 = 제조업체들은 이제 시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공장을 둘수록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운송비용이 전체 생산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저임금국가에서의 생산으로 절약한 생산비용의 이점은 해외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 시장으로 들여오는 운송비가 점점 비싸지면서 상쇄됐다.

이에 비해 미국 내 수송비용은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덕분에 낮게 유지됐다.

셰일에서 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셰일가스 생산량이 크게 늘었고 천연가스 가격 하락은 물론 전반적인 에너지 가격을 끌어내린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생산할 이유를 갖게 됐다.

가정용 전자제품 등 부피가 큰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경우 수송비용 절감은 특히 중요하다.

와일 교수는 제조업에서 빠른 운송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공급망(supply chain)을 둔화시키는 일은 그 원인이 자연재해든 정치적 불안정이든 상관없이 제조업체에 미치는 피해 정도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中-美 임금격차 줄어 = 리쇼어링이 일어나게 된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고비용 국가와 저비용 국가 간 임금 격차 축소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조사 결과에서도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이미 했거나 고려 중인 가장 큰 이유가 중국의 임금 상승으로 나온다.

저임금국가의 임금이 상승하면서 미국 노동력의 상대적인 경쟁력은 높아졌다.

이코노미스트誌는 이를 두고 기업들이 임금을 놓고 하는 "차익거래"의 수익이 줄어든다고 표현했다.

BCG의 해럴드 서킨 시카고 사무소 대표는 이르면 2015년 미국 시장에 판매할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 때와 중국에서 만들 때 비용이 같은 산업이 나올 것이며 그 수가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아시아의 실질임금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연간 7.1~7.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선진국의 임금은 연간 0.5~0.9% 상승했다는 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최저임금을 현재수준에서 연 13%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중국의 경제구조를 생산에서 소비 위주로 전환해 생활수준을 높이겠다는 계획 중 일부다.

미국 노동력의 유연성도 상대적으로 돋보이고 있다. 이는 특히 미국 남부에서 볼 수 있는 '노동권(right to work)'에서 드러난다.

노동권이란 근로자가 반드시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강성 노조가 많은 미국 북부와 비교해 남부의 노동 경쟁력을 설명할 때 주로 거론된다.

조지아주 정부의 크리스 커민스키 전(前) 경제개발국장은 "남부지역에서 특히 노동권을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비노조화로 노동비용이 낮아졌으며, 이 덕분에 노동력과 기업이 남부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 값싼 노동력 의존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 노동이 생산활동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낮아지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굳이 싼 노동력을 찾아 미국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됨을 의미한다.

기술혁신으로 생산에서 노동의 비중이 더 줄어들게 되면 장기적으로 리쇼어링을 부추길 수 있다.

특히 첨단 제조업의 경우 신흥국보다 미국에 둥지를 틀만 한 유인이 더 크다.

혁신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지적재산 보호 개념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큰 주목을 받는 기술은 3D프린팅이다.

3D프린팅은 1970년대부터 있었지만, 모형이나 샘플을 만드는 데에만 쓰였던 데서 이제는 실제 제품을 만드는 단계에 이르렀다.

조지아텍(조지아 공과대학교)의 스티븐 플레밍 교수는 3D프린팅 덕분에 도시에도 제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3D프린터만 갖추면 되니 더는 이전처럼 대규모 산업단지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 수 있어 앞으로는 대량 생산(mass production)이 아닌 대량 주문제작(mass customization)의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플레밍 교수는 기업과 소비자 간 상호작용이 필연적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며 이는 두 주체의 거리가 가까울 때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모두 리쇼어링을 검토할만한 이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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