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지난 11월 유럽계 은행에 공급된 유동성이 국내 증시를 사실상 끌어올린 만큼 2차 공급 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8월 미국 금융위기 때 하락한 국내 증시가 방향성을 찾지 못하던 중 '방향타' 역할을 한 것은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때문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오는 29일로 예정돼있는 2차 공급 때는 그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코스피가 10% 수준 올랐고 밸류에이션 차원에서도 국내 증시가 지난해 1차 유동성 공급 당시보다는 한층 개선됐기 때문이다.

시장 전망에 따르면 이번에 공급될 유동성 규모는 6천억유로, 많게는 1조유로 수준이다.

지난번 1차 LTRO 때보다 많은 금액이 유럽계 은행에 풀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미 국내 증시가 유동성 효과로 오를 만큼 오른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이 또다시 추가 상승의 트리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주머니에 돈이 많다고 해도 이미 가격이 오른 국내 주식을 또 살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무리"라며 "유동성 이외의 모멘텀을 우리 시장이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기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위험자산으로 옮아간다는 차원에서 시장에 부정적일 이유는 없다"면서 "1월만큼 많은 외국인 매수세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동성 공급이 코스피를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공급되는 규모에 투자자들의 심리는 흔들릴 수 있다고 오 팀장은 설명했다.

오 팀장은 "7천억유로에서 8천억유로 정도가 기준이 될 것"이라며 "많이 공급한다고 하면 그만큼 자금 지원을 신청한 은행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돼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일단 시장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예상보다 작은 규모가 집행된다면 유럽계 은행들의 자신감 표명으로 볼 수는 있지만, 주가 반응은 실망스러울 것이라는 게 오 팀장 설명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번째 LTRO 시행을 눈에 보이는 코스피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로 볼 것이 아니라 국내 증시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그리스 구제금융안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유럽발 이슈가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기보다는 2,000선을 다지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이미 그리스 이슈는 주가가 반영이 많이 돼 있어 주가가 크게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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