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언제 양적완화를 축소하게 될까.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를 처음으로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보기좋게 빗나간 이후,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은 올 연말을 첫 시점으로 봤었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경제지표가 고꾸라지고,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과 국가부채한도 상한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 잡음이 불거지면서 당분간 연준이 출구전략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연준이 내후년까지도 테이퍼링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도 테이퍼링 시기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내년 2월 정치권이 부채한도 문제를 해결한 후에야 현실화될 수 있다는것이다.

◇테이퍼링 시기 줄줄이 연기= 현지에서 만난 월가 전문가들은 내년 3월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줄리아 코로나도 BNP파리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려면 경제가 회복됐다는 확신이 필요한데, 연방정부 셧다운 등으로 인해 올 연말에도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좀 더 확실한 경제지표 분석을 한 후 내년 3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미국 상원 여야 지도부는 정부 부채한도를 내년 2월7일까지 단기 증액하고, 임시 예산을 내년 1월 15일까지 편성해 연방정부 문을 다시 열기로 했지만 한시적 타결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

골드만삭스는 9월 고용 부진을 이유로 테이퍼링 시기를 12월에서 내년 3월로 연기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많이 부진하다"며 "여전히 12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긴 하지만,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어 내년 3월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OA메릴린치는 서면 인터뷰에서 "만약 4분기 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다면 내년 1월에 테이퍼링을 단행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3~4월로 지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첫 금리인상 시점은= 내년 초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행한다고 해도 실제 기준금리 인상은 아직 '먼 훗날의 얘기'라는게 월가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도미닉 윌슨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시기가 빨리 올 것 같지 않다"며 "노동시장이 확실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연준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는데,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준이 생각하는만큼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는 점도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2016년 1분기에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가 회복 추세를 타겠지만 고용지수와 부동산 경기 회복이 서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015년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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