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한진해운[117930]이 대한항공[003490]의 자금 지원으로 한 숨 돌리게 됐으나 계속된 영업 부진과 차입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진해운 유동성 문제가 해운업황 부진이라는 외부 요인에 큰 영향을 받았으나 일부 재무 관리와 경영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도 1일 해운 및 금융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여타 해운사와 마찬가지로 지난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주와 구주 수송량이 급감했음에도 과거 호황기 때 발주했던 선박이 인도되며 심각한 공급 과잉에 빠졌다.

선박 인도금을 내면서 재무 부담이 높아지자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선박을 확보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략적인 노선 구축과 네트워크 확대에도 제한을 받았다.

물론, 한진해운뿐만 아니고 현대상선, SM그룹으로 매각된 대한해운 등 해운사들이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은 금융권 차입이 어려워지자 2011년 이후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대응했다. 그 결과 차입구조가 단기화되고 영구채 발행이 지연되면서 대한항공에 손을 벌리게 된 것이다.

한진해운은 올해보다는 적지만 내년에도 3천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와 일부 선박금융부채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연결기준 1천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입은 한진해운은 올 상반기에만 1천156억원의 적자를 입었다.

결국, 자산 매각이나 유동화에 기대해야 하는데 일부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으로 최근 수년간 재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보다는 차입금 상환에 근근이 대응해왔을 뿐이다.

총차입금에서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을 뺀 순차입금은 2011년 말 4조2천126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에는 5조6천367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11년 말 452.9%에서 835.2%로 크게 올랐다. 자금 유동성이 경색돼 부채비율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비율이 500%를 초과할 경우 조기상환 조건이 있는 선박금융부채는 이러한 부채비율 관리실패로 크게 불어나게 됐다.

한진해운 측은 이에 대해 "올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CP가 2천억원 수준이고 내년 만기 돌아오는 것은 모두 회사채로 3천900억원 정도"라며 "선박금융부채도 선박 원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매년 선박을 운영해서 갚아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진해운 측이 금융위기 후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다. 더 적극적으로 비핵심자산 매각이나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투자여력도 확보했어야 하는데 단기 유동성 확보에만 급급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최은영 회장도 있으나 2009년부터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은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의 책임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씨티은행 출신인 김 사장은 2001년에 한진해운 미주터미널 운영법인 CEO로 시작해 관리본부장, 총괄부사장을 지내다 2009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으로 한진해운을 이끌어왔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금융인 출신 CEO가 단기 유동성 강화에만 힘을 쏟느라 중장기적 영업 전략 구축이나 실적 개선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국내 대표 해운사인 만큼 시장에 확신을 줄 수 있는 경영과 재무관리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coop21@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