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이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빠른 속도로 다시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유로존 등 다른 선진국보다 강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며 세계 경제 반등을 이끌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회복을 이끄는요인 가운데 하나로셰일 에너지 개발을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셰일 가스가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통신기사와 방송의 융합을 추구하는 '크로스미디어' 방식으로 셰일 에너지 본산인 텍사스를 현지 취재했다. 총 5회에 걸친 기사와 1편의 특집방송 프로그램으로 셰일 에너지 개발 현황부터 글로벌 에너지 시장 영향,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해 본다.>>

(휴스턴=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역사상 최고의 시절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아놀드 가르시아(69) 미 텍사스 딜리(Dilley)씨티 거주자 협회 대표, 딜리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 지역에서 자란 그는 최근 지역 경기를 이같이 전했다.

대표적인 미국의 셰일 에너지 개발지인 이글포드(Eagle Ford)에 속한 딜리는 총인구 3천명 남짓의 작은 도시지만, 2~3년 사이 상전벽해의변혁을 맞고 있다. 노동인구 유입,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지역경제가 예전에 없었던 호시절을 구가하고 있다.

딜리의 활력은 미국 에너지 산업의 메카인 텍사스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텍사스 곳곳이 셰일가스 및 셰일오일(타이트 오일) 개발을 위한 시추, 파이프라인 증설 등으로 '공사판'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텍사스 경제가말 그대로 들썩이고 있다.

▲2년만에 인구·땅값 '두 배'…시골마을의 기적 = 딜리는 텍사스주 최대 도시 휴스턴에서 I10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6시간가량 달리면 나타난다.

이 도시는 총 인구가 3천200명에 불과한 '시골마을'이었다. 시민들의 일자리도 보잘것 없었다. 학교나 시청 등 관공서에 근무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농업이나 가끔 나오는 건설 일용직 일자리 등으로 근근이 생활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께부터 셰일 에너지 개발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도시의 상주인구가 5천600만명 정도로 증가했다.

인근 광구 등에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지역의 젊은이들에게도 고소득이 보장되고 있다.

가르시아씨는 "과거에는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인 시간당 7달러 남짓 받았지만, 지금은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10달러 이상씩은 받는다"며 "특히 석유 개발 관련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은 연간 6만에서 10만달러 이상은 받는다"고 전했다.

시골 마을에 고급 스포츠카가 등장하기도 했다. 셰일 에너지가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창출하면서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갑부들도 속속 등장했다. 광구 개발 지역이나 자재 적재 공간 등으로 땅을 빌려주면서 수백만 달러를 받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땅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에이커 당 5만~7만달러 가량하던 땅값은 최근 20만달러 이상으로 수직 상승했다. 직접적인 광구 개발 외에도 기자재를 적재하는 장소, 호텔 부지 등으로 택지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딜리에는 최근 2년 사이 5개의 호텔이 새로 생겼다. 또 근로자들이 비교적 싼 가격에 장기 투숙할 수 있는 모바일 하우스 등 신규 사업 모델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딜리씨티에 건설중이 모바일 하우스 타운 전경>

딜리에서 모바일 하우스 단지를 증축 중인 달라 주흘씨는 "모바일 사우스 사업으로 향후 5년 안에 은퇴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들떠 있었다.

▲셰일 혁명의 중심지…'텍사스 드림' = 딜리의 변화는 텍사스의 현재를 웅변하고 있다.

텍사스에는 이글포드(Ealgle Ford)와 바넷(Barnett), 헤인즈빌(Haynesville) 등 대표적인 셰일가스 광구들이 주 전역에 걸쳐 들어서 있다.

바넷은 셰일가스 개발이 처음 시작된 셰일 중심지다. 하지만 최근에는 천연가스 가격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가스와 함께 셰일오일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글포드 지역이 각광받고 있다.

 

 





<딜리씨티 가스 저장 탱크 등 셰일가스 개발 사이트 전경>

텍사스는 지난해 총 7억3천만배럴 가량의 원유를 생산했다. 해상 유전을 포함한 미국 전체 생산량 24억배럴의 30%가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천연가스도 지난 2011년 기준 27%가량을 채굴했다.

독보적인 에너지 생산을 기반으로 텍사스는 불황을 모르는 호시절을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텍사스주의 경제 성장률은 4.8%였다. 미국 전체 성장률 2.2%보다 두배 이상 높고미국 50개 주 중에서 최고였다.

또 지난해 텍사스에선 27만47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 전역에서 늘어난 일자리의 12%를 텍사스주 혼자서 감당한 것이다. 올해 7월 기준 텍사스 실업률은 6.4%로 미국 평균 7.4%보다 1%p나 낮았다.

그 결과 지난 한 해 텍사스로 유입된 인구는 10만6000명에 달했다.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텍사스로 밀려들고 있다.

휴스턴에서 만난 손창선 텍사스 A&M대학 도로재료공학과 교수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US투데이 1면에 '일자리를 원하면 텍사스로 오라'는 헤드라인 기사가 나온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텍사스 경제 위상을 보여준 사례"라고 전했다.

▲곳곳이 공사중…토네이도급 개발 열기 = 가스와 원유가 쏟아지는 만큼 미국의 유전 개발도 텍사스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해럴드 헌트 텍사스 A&M대학 부동산학과 교수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 전역에서 가스 및 원유 유전(Well)을 파는 리그(Rig)는 총 1천764개다. 이 중 절반가량인 844개가 텍사스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이글포드 지역에서 승인이 난 2011년 원유 및 가스 유전 개수는 각각 263개와 394개였지만, 올해 6월 이 숫자는 3천866개와 1천681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텍사스 하루평균 원유 생산량 추이. 자료인용:텍사스 A&M대학교>

이밖에 7개의 신규 가스 및 원유 파이프라인, 18개의 가스분류시설 신설, 24개의 석유화학공장 신설 등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엑슨모빌과 세브론 등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도 신규 투자에 열심이다. 엑슨모빌은 휴스턴 인근 고급 주거도시인 우드랜드에서 무려 50만평에 걸쳐 오피스와 주거단지를 포함한 '에너지 타운'을 건설 중이다. 단일 기업 업무 단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엔디 이켄 휴스턴 시청 최고개발담당자는 "휴스턴에는 이미 석유와 가스 관련해 5천여개의 기업들이 입주해 활동 중"이라며 "가스와 석유화학 관련해서 휴스턴 항만 쪽에서만 이미 50~60억달러의 투자가 진행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셰일가스 개발은 휴스턴에 전문 기술 분야의 일자리도 다수 만들어 내고 있다"며 "첨단 기술 개발은 미국 석유 및 가스 사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관 등 에너지 시추 장비 수입과 석유화학제품 수출 등으로 휴스턴 항만의 물동량도 크게 증가했다.

 

 





<수입 강관 야적 등으로 분주한 휴스턴항 전경>

리키 쿤즈 휴스턴 항만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강관 수입이나 합성수지 등의 수출 물량이 증가하면서 물동량이 매년 15% 증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또한 엑슨모빌이나 셰브론 등의 민간 항만에서도 LNG 수출을 위한 시설의 증축이 한창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무역적자에 시달린지 오래됐지만, 가스 및 석유화학제품 수출 덕분에 미국 전체의 무역수지도 내년부터 다른 흐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쿤즈 부사장은 셰일 에너지 개발이 미국에 미친 영향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우리는 정말 운이 좋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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