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미국발 셰일가스 열풍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이 요동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정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안정과 수급원 다변화는 우리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업과 플랜트 산업 등도 셰일가스 개발에 수반되는 설비투자 증대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석유화학 산업은 만만치 않은 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여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분야로 지목됐다.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지원이 소극적으로 변했지만, 향후 중국 등으로 셰일가스 개발이 확산될 경우 등을 대비해 탐사와 시추 등의 기술확보를 위한 공격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가 안정+저렴한 가스 도입 = 셰일가스 개발이 우리 경제에 미칠 일차적인 효과는 에너지 가격의 안정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오는 2025년 유가를 배럴당 135달러로 전망했지만, 올해 보고서에서는 115달러로 20달러나 하향 조정했다.

텍사스 휴스턴 영사관의 박석범 총영사는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에너지 가격에 굉장히 민감하다"며 "미국 셰일 개발로 가스뿐만 아니라 석유 생산도 덩달아 늘어나 국제 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가스 및 석유 수급도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E1, SK가스, SK E&S, 한국가스공사 등이 미국 셰일가스 수입을 결정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20년까지 총 수요의 20%가량을 셰일가스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미국LNG 국내 도입가격 및 기존 장기LNG 가격 전망.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셰일가스 수입단가는 우리나라의 기존 장기 LNG수입가 15~18달러/MMBtu보다 저렴한 11~15달러/MMBtu 정도가 예상되는 만큼 가스수입 비용이 25%가량 줄어들 수 있을 전망이다.

싼 가격에 가스를 도입할 수 있으면 발전 비용 등의 절감을 불러오는 만큼 산업 전반에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 미국을 주요 에너지 수입원을 사용하면서 중동과 호주 등 기존 가스 수입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5천억달러 플랜트 시장 열린다 = 셰일가스 개발 및 수출에 따른 각종 플랜트 설비의 증설과 LNG 수송선박 발주 확대도 우리나라 중공업체들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총영사는 "미국 내에서 셰일가스 관련해서만 5천억달러의 플랜트 증설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멕시코만 인근의 해양유전설비 증설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 조선 3사 등에 상당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NG 수송선과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ㆍ재기화 설비(LNG-FSRU) 등은 대표적인 수혜 분야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LNG수출터미널의 핵심시설인 액화시설 설계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만진 미국 셈프라LNG(SempraLNG) 수석 엔지니어는 "설계 능력을 갖추고 있는 회사와 컨소시엄 등으로 액화시설 설계기술을 개발하는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며 "일본도 한국처럼 LNG 수입기지만 건설했지만, 현재는 액화기지 설계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우리도 반드시 설계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휴스턴 항만 야드에 야적된 유정용 강관. 미 강관 수입의 20% 이상을 국내 업체가 수출 중이다.>

유정용 강관과 수송용 파이프라인 등 철강 분야도 우리 기업에 기회 요인이다. 미국은 유정용 강관의 50%를 수입하고 있고, 이 중 20%가량은 세아스틸과 현대하이스코 등 우리 기업이 수출하고 있다. 활발한 수출로 오히려 미국에서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 에너지부는 2035년까지 매년 2만9천767㎞의 파이프라인을 신규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강제 수요가 지속 확대되면서 국내 업체의 수혜가 예상되는 배경이다.

▲석유화학산업 '먹구름' = 석유화학산업은 수익성 하락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PVC 등 에틸렌계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 생산 비용은 이미 미국 내 석유화학 기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미국이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에탄크레커를 기반으로 에틸렌을 제조하는 반면 우리나라 등 동북아 지역은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에틸렌 생산 비용은 톤당 600달러지만, 동북아지역에서는 1천~1천200달러가 들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 "북미지역 에탄크레커 신규 설비 규모가 2018년까지 총 1천254만톤에 달할 전망"이라며 "북미산 제품이 우리 주요 수출지역인 중국 등으로 지속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한국 PVC가격차 및 중국 내 점유율 추이. 자료:하나금융경제연구원>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이에 대응하려면 벤젠이나 톨루엔, 자일렌 계열 등 비에틸렌계 제품 생산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이나 북미 현지로의 직접 진출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케미칼 등 일부 기업은 북미지역에서 에틸크레커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신희동 휴스턴 총영사관 영사는 "일부 기업이 꾸준히 현지 석화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미국 현지에 진출할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셰일가스 직접개발 뒷걸음은 '자충수' = 새 정부 들어 셰일가스 직접개발에 대한 투자가 뒷걸음질 치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혔다.

당장의 에너지원 확보 차원을 넘어 셰일가스 개발이 향후 중국 등으로 확산할 때를 대비해서도 관련 기술을 축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석유공사가 미국 이글포드에, 가스공사가 캐나다 혼리버 광구에서 셰일가스 직접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공격적으로 진행될 때 발을 담갔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투자 예산은 지난 2010년 1조3천억원을 기점으로 꾸준히 줄어 올해 5천900억원이고, 내년에는 4천300억원으로 더 줄어들 예정이다. 정부는 민간 해외자원개발융자 지원 예산을 올해 1천300억원에서 내년 2천500억원으로 늘려 개발 주체를 공기업에서 민간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장기 투자가 필요한 자원개발에서 민간 기업에 공기업만큼 적극적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빅터 지카이 가오 중국 국영국제연구소 이사는 "중국에서 셰일가스 개발이 시작된다면 그 규모는 미국 이상일 것"이라며 "한국은 방대한 매장량을 가진 중국과 인접해 있는 만큼 업스트림(탐사 및 시추)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텍사스에 위치한 수압파쇄전문 기업 일리&어소시에이트(Ely&Associate)의 댄 라일리 컨설턴트는 "현재 수압파쇄법을 수행할 수 있는 중소 회사들이 미국 내에서 공급 과잉 상태라 M&A 시장으로 나올 수 있다"며 "한국으로서는 이 같은 회사 인수를 통해 시추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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