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부동산 시장에서 월세 가격이 상승 흐름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4일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월세가 임대제의 표준이 되는 등 장기적인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월세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월세 제도가 자리를 잡고 수요측의 의식도 바뀌면서 월세 가격이 물가 상승률 수준의 상승폭을 나타낼 것이란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낮은 금리 수준과 정부의 소득공제 등 영향으로 임대차 트렌드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돼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월세 가격이 경제 성장에 따른 주거비 수준 향상 등에 연동해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함 센터장은 "현재 국내 임대차에서 보증부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인데 이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월세 제도가 일반화되면서 경제 성장률에 연동해 월세 가격이 오를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월세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다"며 "지속되는 전셋값 상승세에 '깡통 전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세입자의 부담감도 월세 수요 자극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세를 찾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밀려나는 등 수급 여건의 변화도 월세 가격의 상승 압력이 될 것으로 진단됐다. 전세 물량이 메마르면서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선택하게 된 세입자들이 증가해 월세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박기정 한국감정원 연구위원도 "최근 수도권 아파트 월세 가격이 6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며 "전세수요자들이 월세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월세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은 수도권 아파트의 월세 가격이 지난 4월 보합에서 5월 -0.2%로 하락 전환한 후 지난 9월 -0.2%를 나타내는 등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지난달 0.1% 상승한 것으로 집계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현재 전세 물건은 부족한 반면 월세 물건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도 "매매시장 자체가 침체되면 전세가 소화하지 못하는 수요가 월세로 이전될 것이기 때문에 월세 가격도 오를 것이다"고 예상했다.

다만, 월세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의 수급 여건상 단기간 내에 월세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월세 공급이 과잉인 상태가 해소되기 전까진 가격 하락 압력이 우세할 것이란 지적이다.

함 센터장은 "월세가 일반화돼도 법인의 기업형 임대 등 공급이 지속 증가하면서 월세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며 "금리와 수급여건, 인구 구조 변화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정 연구원도 "당분간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를 지속할 것이다"며 "수도권 아파트 월세 가격의 상승세도 트렌드나 시그널로 보기엔 무리가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인이 부담하는 월세 체납 리스크로 인해 선진국 대비 월세 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며 "시장 금리를 기준으로 적정한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월세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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