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가 최근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우수한 사업을 합병하고, 그렇지 않은 사업의 경우 분사하는 식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삼성 측은 이런 개편이 경영효율화를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재계와 IB업계 일각에서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일종의 '특혜'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CD 사업부는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2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삼성전자의 효자 사업부 노릇을 했지만, 작년에는 업황 부진으로 1조6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최근 LCD의 뒤를 잇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등이 떠오르면서 LCD 업황은 앞으로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을 바로 떼어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인 태양전지 사업을 맡았지만, 2년 넘게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고 업황까지 나빠지자 작년 7월 삼성SDI로 사업을 이관했다.

또, 작년 말에는 지속적인 적자를 내던 HDD(하드디스크) 사업부도 씨게이트에 매각했다.

반대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들은 연이어 끌어안았다.

지난 2010년 초 삼성테크윈으로부터 디지털카메라 부문을 가져와 디지털이미징 사업부를 신설했다. 최근에는 삼성LED의 흡수 합병도 결정했다.

삼성LED는 지난 2009년 삼성전기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떼어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각각 50대 50 비율로 투자해 만든 회사다. 이후 삼성LED 매출은 2009년 6천300억원에서 작년에는 1조3천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비록 작년 하반기 들어 수익성이 다소 악화됐으나 여전히 글로벌 LED업체 중 2위권으로 꼽히고 있다. 성장성도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처럼 적자를 보이는 사업을 떼어내고 성장성이 좋은 사업을 끌어들이면 투자부담이 줄어들고 수익성은 더욱 개선될 수 있다.

또, 실적이 곧 경영진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삼성전자 수익구조가 더욱 개선되면 삼성전자 경영진에 대한 평가도 더욱 좋아지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사장이 직접 직함을 가지고 일할 만큼 가장 신경을 쓰는 계열사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성과는 모두 이건희 부자의 성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구조가 개편된 데에는 이런 점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SDI는 작년에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태양광 사업의 실적 부진과 투자부담 등으로 영업익이 전년대비 30% 감소했지만,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며 "이 때문에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위해 다른 계열사가 희생됐다는 말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관계자는 "계열사 간 사업구조 조정은 빠르게 변하는 업황 속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끌어내도록 상황에 맞게 진행되는 것일 뿐 다른 요소는 고려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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