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신은실 기자 = 은행권이 활발하게 고졸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반면 증권가에는 아직 고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아 인력채용이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계 고등학교를 나와 전문성을 어느 정도 갖춰 실무에서 활용도가 높은 은행권에 비해 증권가에는 일반 사무직이 많고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상담인력을 요구하는 고객층이 좀 더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향후에는 고졸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권에 비해 소극적인 증권사 고졸 채용 =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은행권보다 고졸 인력에 대한 채용에 대부분 소극적이다.

일부 증권사만이 활발하게 고졸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은행권처럼 정기적으로 인력을 충원하지는 않고 인력 충원 계획이 있을 때마다 할당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고졸 인력 활용이 가장 두드러진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연내 기졸업자와 졸업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전형과정을 거치는 공개채용을 실시할 예정이며, 전국 각 지역 및 사업부문에서 직원 할당이 나오는 대로 고졸 직원에 대한 우선 수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몇 백명의 고졸 직원들이 영업, 지원 등 다양한 직무영역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긴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두드러진 성과를 시현하는 우수 고졸 사원이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특히 PB영업 등의 분야에서 지점장 등 최상위 그룹에 다수가 포진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도 매년 고졸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입사한 이후 대학에 진학하는 인력도 있어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다양한 학력을 가진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다는 것이 삼성증권의 방침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졸직원들은 입사하면 본사 또는 지점 사무직으로 발령을 받는다"며 "지난해에도 고졸 채용을 진행했고, 올해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전체 직원 중 약 11.2%가 고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고졸 인력 공채는 지난 2002년이 마지막이었지만 일부 인력은 계약직으로 고졸 채용을 이어갔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대학 진학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원자 학력이 상향 평준화됐다"며 "대졸과 전문대졸의 취업률 하락으로 채용 가능 인력 풀이 증가해 기존 고졸 인력이 전문대졸 이상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대투증권은 고졸 채용자가 많지 않다.

하나대투증권은 "예전과는 다르게 대학이나 대학교수가 많아지고, 입학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전반적으로 대졸자가 많아졌다"며 "특성화고 학생들도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 고졸 인력들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역시 정기 채용은 제한적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고졸을 위한 공채를 따로 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업무직 지원 자격에 고졸이 포함이 되는데 오래전부터 고졸직원도 능력이 되면 일정부분 채용이 돼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PB로 전환해서 능력을 펼쳐보일 기회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영역 요구 수준 높은 증권가 특징 반영 = 증권사는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고객 간 상담이 많다. 고객들 간에 전문적인 투자영역과 관련된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대학교육을 마친 인력을 고객들이 더 선호하는 게 사실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고졸 채용을 담당했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졸 인력은 전문적인 상담을 원하는 증권가에 안 맞는다는 생각을 가진 고객들이 많았다"며 "초기에 전문적인 영역에 대해서 고졸 인력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들도 상담하는 쪽에서 전문 용어를 잘 알고 대화가 잘 되면 더 호감을 갖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 어려움 속에서도 고졸 인력들이 대졸 인력들보다 특별하게 떨어진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잘 정착해 나름의 몫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해 증권사에 입사한다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한 현실에서 상업고등학교 지식으로 고객들을 응대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은행권과 달리 고졸 인력이 꾸준하게 명맥을 이어가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고졸 인력은 적응이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증권가는 물론 금융권의 고졸 채용은 거의 없었다.

2000년 이후에도 드물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고졸 채용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상업계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금융투자자격증 열풍이 풀고 있어 이를 통한 고졸 인력 확산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고등학교에서 금융투자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변화가 있어 증권가 고졸 채용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고졸 인력의 채용이 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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