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계열 4개사에서 10년만에 50개사로.

11일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LS그룹의 기념식은 성대했어야 했다. 범LG가에서 가장 인수·합병(M&A)에 능했고 주요 계열사 실적과 재무도 탄탄한 편이다. 독특한 사촌 경영하에서 경영권 이양도 평화로웠다.

따라서 지난 8일 열린 기념식이 반성과 사과로 채워진 것을 재계 관계자들은 안타깝게 보기도 했다.

LS그룹 계열사인 JS전선은 신고리 원전 3,4호기에 불량 케이블을 납품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할 위기다. 더군다나 구자열 그룹 회장이 최근까지 JS전선 대표이사로 근무해 축제는 커녕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해야 했다.

그럼에도, LS그룹이 M&A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셀 수 없는 스몰 딜은 성공적이었다. 부실했던 기업도 LS그룹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며 자연스럽게 흡수됐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1~2년간 M&A도 주춤했으나 늘 1천억원 미만의 스몰 딜 시장에서 LS그룹은 주요 고객이다.

연합인포맥스가 통계를 잡기 시작한 2008년부터 봐도 LS그룹은 상당히 분주했다.

LS엠트론은 2008년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대성전기를 인수했고, 이듬해 LS산전이 메트로닉스를 인수해 인터버와 PLC에 이어 서보시스템까지 공장 자동화에 대한 풀라인업을 구축했다.

예스코는 2009년 ㈜한성을 인수해 범 LG가에서는 LIG에 이어 두 번째로 건설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LS전선은 중국 전선 시장 공략을 위해 홍치전기를, LS산전은 그린빌딩 솔루션 분야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사우타코리아를 사들였다. LS산전은 LS전선이 인수한 홍치전기의 자회사 호개전기를 인수하며 초고압 분야를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LS전선이 모보를 인수했다가 올해 다시 계열인 가온전선에 넘겼다.

LS네트웍스는 2011년 청주 흥업백화점을 인수했고, LS엠트론은 동국제강 계열사인 농기계 시장 점유율 3위인 국제종합기계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LS니꼬동제련은 그동안 리싸이텍코리아, 토리컴, 화창 등의 인수를 통해 폐가전제품에서 나오는 동을 재활용하는 등의 리사이클링 사업을 강화했다.

대부분이 딜 규모는 1천억원 미만이다.

이러한 LS그룹이 M&A 업계는 물론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2008년 8월 세계 권선시장 1위 업체인 수페리어에식스(Superior Essex Inc 이하 SPSX)를 1조2천억원을 들어 인수한 것.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에다 SPSX의 실적 부진까지 겹치며 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돌기도 했다. SPSX 인수와 이에 따른 아찔한 경험은 결과적으로 LS그룹이 스몰딜에 다시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됐다.

M&A로 성장한 LS그룹이지만 의외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딜 규모도 작지만, 전선과 에너지, 기계부품 등 전공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로 외부 자문사가 정작 해야 할 일이 많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LS그룹의 M&A 행보를 보는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사촌끼리 업종별로, 주력사별로 나눠맡는 경영 구조는 추후 계열 분리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수많은 M&A도 결국 각개약진을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진단이다. 지주회사도 적극적인 컨트롤타워보다는 느슨한 통제에 그치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주력 부문에서 쓸만한 작은 기업을 인수해 조금씩 사업을 넓히는 LS그룹만의 전략은 상당히 독특하고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며 "경기침체 장기화와 최근 일련의 문제로 주춤하지만 스몰딜 전략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친형제간 경영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데 사촌간 경영도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룹 측은 아직 먼 얘기라고 하지만 내부 분열이 일어나기 전에 계열 분리가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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