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에 1천5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해 준 대한항공이 10여명의 인력을 한진해운에 보내 고강도 재무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11일 한진해운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38.08% 중 15.36%(1천920만여주)를 담보로 잡고 한진해운에 1천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10여명의 재무팀 인력을 보내 현금흐름 등 재무상태와 함께 전반적인 경영상황에 대한 실사를 진행중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자금을 지원받은데 따라 상환능력과 현금흐름 등에 대해 점검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해 주면서 대규모 인력을 보내 재무와 경영 전반을 들여다 보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그간 한진그룹으로부터의 독립경영을 표방해 온 한진해운이 경영간섭으로 비쳐질 수 있을 정도의 실사를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만기 1년으로 연 5.40%의 이자를 받는데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상당 규모 주식을 담보로 잡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실사가 단순히 재무상태 등을 점검하기 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대한항공 이사회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강력하게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 주면서 나중에 돌려받지 못할 경우 이사들이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안전장치를 걸어 두자는 차원이다.

이번 실사를 통해 한진해운의 부실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날 경우 한진그룹이 주도가 돼 한진해운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장기간의 해운업황 침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재무와 경영상 부실을 초래한 현 경영진에 대한 문책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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