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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치명적인 질병이 있다고 하자. ‘치명적’이라는 말 그대로 일단 감염되면 6개월 내로 생명을 잃는다. 이 병에 걸릴 확률은 0.1%다. 즉 인구 천 명 중에서 1명 정도가 감염된다. 의료계에서는 질병 퇴치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 치료약은 없으며, 감염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검사법만 개발된 상태이다. 검사법의 신뢰도는 99%에 이른다.

그런데 병원에서 이 병에 걸렸는지 여부를 검사하였더니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하자. 이 경우 누구나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을 터. 검사의 신뢰도가 99%라고 하니 틀림없이 병에 걸렸고, 이제 꼼짝없이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10만 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검사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애당초 이 병에 감염될 확률은 0.1%이므로, 10만 명 중에는 100명의 환자가 있다. 나머지 9만9천900 명은 멀쩡하다. 검사의 신뢰도가 99%라는 말은, 실제 감염된 환자 100명 중에서 99명은 양성반응을 보인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신뢰도가 99%인지라 틀릴 가능성이 1%는 된다. 따라서 감염되지 않은 9만9천900 명의 1%, 999명은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검사의 신뢰도 문제로 인하여 양성반응을 얻는다.

그러므로 양성반응이 나온 사람 중에서 진정으로 그 병에 걸린 사람의 비율은 99/(99+999)=0.091, 겨우 9%에 불과하다. 신뢰도 99%의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낙담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 이것이 이른바 ‘조건부 확률'이다. 어떤가? 이해되는가? 처음부터 술술 풀었던가? 아니다. 꽤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처럼 수준 높은 문제는 고사하고 평범한 확률 문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나 역시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확률문제만 나오면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원래 확률은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하여 포기할 일은 아니다. 모르겠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것은 권할 일도 아니다. 예컨대 프로젝트A가 성공할 확률이 90%이고 프로젝트B가 성공할 확률이 30%에 불과하다면 의당 A를 선택해야 한다. 요행을 바라고 B에 미련을 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 원리는 투자 혹은 트레이딩에도 적용된다. 확률이 높은 쪽으로 베팅하는 것은 ‘합리성’ 여부를 떠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확률이 높은 쪽으로 베팅하라”고 주장한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말이 좋아서 확률이지, 확률을 어떻게 파악하누?” 금융시장에서 확률이라는 놈을 대체 무슨 재주로 계산하느냐 말이다. 하지만 어렵지 않다. 추세와 동반하면 된다. 상승추세일 때에는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하락추세일 때에는 매도하면 된다. 그게 정답이다. 왜냐하면 상승추세일 때에는 오를 확률이 높고, 하락추세일 때에는 내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추세가 나빠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승추세가 하늘 찌를 듯 강력하였지만 그게 어느 순간 수그러들었다. 상승추세는 끝날 가능성이 높고, 되레 하락추세로 바뀔 확률이 높다. 추세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일목균형표가 웅변한다.

일목균형표 차트에서 전환선은 지난 11월4일자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환선은 추세의 ‘전환’을 예고하는 선인즉 내림세로 바뀌었다면 추세전환인지 심각하게 의심해보아야 한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동안 내내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기준선 위쪽을 고공비행하던 전환선은 지난 금요일(11월8일)자로 기준선과 맞닿았으며 늦어도 이번 화요일부터는 기준선을 하회할 예정이다. 기준선-전환선이 ‘역전’되고 말았다. 이런 일은 상승추세로서는 치명적이다. 그런데다 후행스팬 역시 26일전의 캔들을 무너뜨리고 아래로 내려섰다. 이러한 후행스팬의 역전은 상승추세에서는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상승추세에서 하락추세로 바뀔 경우, ①주가 하락→②전환선 하락→③기준선-전환선 역전→④후행스팬 역전→⑤구름 하회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런데 어느새 ④단계까지 진행되었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상승추세가 어느새 마지막 단계만 거치면 하락세로 바뀔 찰나이다. 물론 구름을 하회하지 않고 주가가 극적으로 다시 반등하여 상승세가 재개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 ‘확률’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명백해졌다.

지난주에는 코스피지수가 내내 하락하더니 심지어 2,000선마저 무너뜨리고 말았다. 시장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2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므로 언급할 가치도 없다. 그동안의 하락폭이 단기간에 과도하였으니 이번 주 초반 약간의 반등은 기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추세를 되돌릴 수 있을까? 아마 역부족일 터. 상승추세는 이제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형편이겠다.

(달러-원 주간전망)

똑같은 원리를 달러-원 차트에도 적용해본다. 코스피지수의 상승세는 저무는데, 달러-원 차트는 어떤가? 환율은 거꾸로 하락추세에서 벗어나 상승추세로 돌아서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아직(not yet)’ 추세가 완벽하게 바뀌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차피 시간의 문제. 환율의 흐름 역시 서서히 변하고 있다.

달러-원 일목균형표에서는 추세가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바뀌는 다섯 단계 중에서 이제 ①환율 상승→②전환선 상승의 단계만 진행되었을 뿐 나머지는 아직 멀었다. 전환선이 상승세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기준선 아래쪽이고 호전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지 않는 한 당분간 전환선이 기준선을 뚫지는 않을 게다. 그런데다 여전히 후행스팬은 캔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환율이 구름을 상향돌파하며 본격적인 상승세가 확인되기란 더구나 까마득하다.

하지만 다른 기술적지표마저 침묵하는 것은 아니다. 스토캐스틱에서는 %K곡선 등이 하락하려다 재차 상승했다. 이것은 되레 상승추세가 강화될 것을 나타내는 일, 즉 실패(failure) 현상이다. RSI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MACD, TRIX, MFI 등은 10월 하순 이후 만들어진 매수신호를 여태 유지하고 있다. 보조지표만 해석한다면 상승세라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코스피지수의 일목균형표에서처럼 추세전환이 뚜렷하지는 않으나, 달러-원도 다른 기술적지표에서 시사하고 있듯 점차 상승세로 돌아설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또한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달러 인덱스 차트는 본격 상승세이다. 일목균형표가 명백한 상승세이기 때문이다. 달러 인덱스 차트에서는 앞서 설명한 ①에서 ⑤단계가 모두 진행됐다. 마지막 단계인 구름을 상향돌파하는 일마저 나타났으니 확연한 상승세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달러-원 환율은 어떻게 될까? 두말할 나위 없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게 추세이고, 확률이 높다. 굳이 따진다면 후행스팬과의 관계에서 1,070원 언저리가 저항이 되겠지만, 글쎄다. 저항선이 있다고 하여 추세의 방향이 다시 하락세로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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