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의 명운(命運)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개인의 출세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모양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대부분 대의(大義)라는 거창함보다 개인의 성공과 같은 실리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추진으로 조직이 쪼개질 처지에 놓여있는 금융감독원의 요즘 내부 분위기를 들어보면 이런 믿음은 조금 더 구체화된다.

수만명의 피해자를 낸 '동양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떼어내 별도 조직(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켠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올라탄 금감원의 일부 직원들이 그간 노조가 주장해온 금감원 분리 반대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금소원 분리'라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금감원 일부 직원들이 동료 뒤에 몰래 숨어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일부 직원들이 종종 술김에 전화를 해 금소원 분리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한다"며 멋쩍어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의 반대)는 크게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며 "진급 누락 등으로 금감원에서 분리된 새로운 조직에서 기회를 노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직의 변화를 자신의 출세와 어떻게든 연관지어 유도하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금감원의 '콩가루 집안'과 같은 모습에 대한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금소원 분리를 목에 핏대 세워가며 반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은밀히 '노조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내부 다툼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7월 노동조합이 아닌,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전 직원 설문 결과를 내세워 "금융소비자 보호는 기구 분리가 정답이 아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설문에는 금감원 전 직원 중 92.95%가 참여했고 이중 94.18%가 성명서 발표에 찬성했다. 해외 파견자와 휴직자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금감원 직원들이 술에 취해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걸 보면 금소원 분리 반대는 금감원이 그토록 아니라고 주장하던 '밥그릇 싸움'이 결국 맞는 것 같다. (산업증권부 한재영 기자)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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