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지난 15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포스코의 'CEO 잔혹사'는 또다시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정 회장은 자신의 사퇴에 정권의 외압은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CEO가 중도 사퇴하는 것을 본 포스코 내부 분위기는 매우 뒤숭숭한 모습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조만간 'CEO(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지만, 후보 윤곽은 빨라야 올해 연말은 돼야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후보추천위가 최종 CEO 후보를 결정하더라도 내년 3월 14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야 정식 회장으로 선임될 수 있다. 게다가 포스코는 매년 3월 임원에 대한 정기인사를 시행하고, CEO가 교체되면 임원 인사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 회장 사퇴 여파로 포스코는 지금부터 약 3개월가량은 사실상 '경영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한참 내년 경영계획 수립 등으로 바빠야 할 내부 조직의 분위기는 최근 붕 뜬 모습이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기마다 포스코 최고 경영진이 물갈이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내부에서도 우려감이 높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 후에도 새 정부 출범 때마다 회장 이하 경영진이 대거 교체됐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유상부 당시 회장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돌연 물러났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뒤인 2009년에도 이구택 회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중도 퇴임했다.

이번 역시 자진사퇴 구실로 물러나게 됐지만, 정황으로 봐서는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정 회장은 재계 6위 그룹의 대표임에도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국빈만찬 초청자 명단에서 빠진 데 이어, 10대 그룹 총수의 청와대 오찬과 베트남 국빈방문 사절단 명단 등에서 잇따라 제외됐다. 이어 세무당국은 지난 9월 포스코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특별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포스코 안팎에서는 정 회장도 현 정부의 사퇴 권유를 받아들여 스스로 자리를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한 직원은 "작년 총선을 앞두고 정 회장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것에 이어 새 정부 출범 후 CEO가 또다시 중도 사퇴하는 사태가 안타까운 게 사실"이라며 "민간 기업의 리더십이 외부 요인에 흔들리는 듯한 모습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정 회장 사퇴에 따라 임원진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마저 예상되면서 포스코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하다.

현재 차기 CEO로 내부인사인 김준식 성장투자사업부문 대표이사(사장)와 박기홍 기획재무부문 대표이사(사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지난 2000년 민영화된 이후 최초로 외부 인사가 CEO로 기용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출신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지낸 김원길 국민희망서울포럼 상임고문, 포스코 근무 경력이 있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외부인사가 포스코 회장에 오를 경우 임원진의 물갈이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포스코의 다른 직원은 "정권과 가까운 외부인사가 CEO로 선임되면 외압설에 대한 논란이 회사 내외부에서 더 커질 것"이라며 "직원들의 거부감과 조직의 불안정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인사가 조속히 매듭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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