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계에서 조기퇴직은 이제 일상사다. 최근 만난 한 전직 금융인은 조기퇴직하는 직장인의 생존 전략을 소개했다. 그의 얘기중에 인상적인 대목은 재무 정보를 다루는 등 숫자에 밝은 금융인들이라고는 하지만, 조기 퇴직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뜻밖에 허술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그의 경험담 중에서 인상적인 두 가지를 소개해 본다.

▲ 요식업 등 자영업 절대하지 마라=꼭지켜야할 생존 전략 가운데 하나가요식업 등 자영업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억대가 넘는 명퇴금 등을 받아들면 대부분 사람들이 성공한 자영업자를 꿈꾸지만 결과는 대부분 참혹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자영업자수가 573만3천명으로 1월의 545만2천명보다 28만명이나 늘었다. 주변에 조기 퇴직한 사람 등이 대부분 식당이나 프렌차이즈 등을 여는 사례가 통계에 반영된 셈이다. 특히 베이비부머의 자영업 창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50대 자영업자수는 2008년 189만5천명에서 2011년 205만7천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30%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영업의 2년 생존율은 5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kb국민카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창업한 자영업자 75%가 휴업하거나 폐업했다. 특히 창업후 3년이 지나면 절반인 47%가 휴.폐업했다.

이 전직 금융인은 "자영업 실패의 후폭풍은 가족 해체 등 금전적으로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퇴직금 아껴쓰면서 실업자로 1~2년을 모색하는 게 훨씬 현명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무적 정보 등 숫자를 다뤘던 금융인들이 통계가 의미하는 실패의 넓은 길에 굳이 들어설 필요가 없다"면서 "창업에 필요한 2억원 정도면 한달 200만원 정도의 최저 생계비로 근 10년은 버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초상집은 챙겨라…네트워크는 재기 발판= 그는 어지간한 결혼식은 챙기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구조조정 당한 사람에게 청첩장 보내는 사람도 없고 혼주도 축의금 명단을 보지 않으면 누가 왔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어려워져도 초상집은 챙겨야 한고 권고했다. 부의금도 꼭 내라는 게 그의 충고다. 상주가 부의를 마음의 빚으로 안고 있을 것이고조문을 통해 최소한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주가 과거 회사 동료인 경우는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자신을구조조정한 회사이지만 내 삶의 대부분이 그 회사에서 활짝 피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조문을 통해 최소한의 네트워크를 유지한 사람들 가운데 실제 재취업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60개에 이르는 증권사 가운데 20% 정도는 퇴출될 것이라는 괴담이 나돌고있다. 선망의 대상이던 외국계 은행들도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이다. 그의 충고를 귀담아 들어야 할 금융인이 많아질 것 같아 초겨울 추위가 더 매섭게 느껴진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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