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신윤우 기자 =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해외 발주처나 협력사와의 분쟁 해결이 건설업계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건설사들이 저가수주에 따른 대규모 해외 현장 부실을 고백하고 있어, 앞으로 해외 건설 분쟁이 더 증가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19일 서울국제중재센터에서 해외건설 프로젝트 관련 모의중재를 개최했다. 태평양 외에도 건설 전문 법정변호사(Barrister) 협회인 키팅챔버스(Keating Chambers)와 건설 전문 컨설팅 회사인 나비간트(Navigant)도 모의중재 시현을 보였다.

이날 모의중재에는 국내 15곳 이상의 건설사와 소속 변호사들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해외건설협회도 담당자를 보내 참관하게 했다.

모의중재는 가상의 회사인 J터보와 GK엔지니어링 사이의 분쟁을 다뤘다. J터보는 발전소 설비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 법인이며 GK엔지니어링은 발전소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 시공사로 등장했다.

GK엔지니어링은 카타르 정부와 도하 지하철에 공급할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계약하고, J터보에 두 개의 스팀 터빈을 발주했지만 계약 이행이 제대로되지 않았다면서 계약을 해지했다.

쟁점은 공정의 50%를 완성키로 한 기일을 J터보가 지켰는지와 실제 터빈 생산업체인 J터보의 관계사 로타리(Rotary)를 중재 당사자로 세울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이에 대해 GK엔지니어링은 해당 기일에 터빈의 공정률이 40% 수준이었다고 주장한 반면 J터보는 55%라고 분석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양사는 각자의 입장에 입각해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중재 기일에 로타리를 사건의 당사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로 기약하면서 모의 중재를 마쳤다.

모의중재를 시현한 김갑유 태평양 변호사는 "올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6천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등 해외건설과 관련된 분쟁의 중재가 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다"며 "이번 모의중재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주의해야 할 법률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파악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국내 A대형 건설사의 미국변호사는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 비중이 커지고, 저가수주가 빈번해지면서 분쟁이 많아지고 있다"며 "건설 프로젝트 관련 중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참관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발주처와 파트너, 하도급 업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소송 상대방이 될 수 있어, 해외 분쟁이 생기면 해결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B대형 건설사의 법무실 관계자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여러 나라에 걸쳐 현재 진행 중인 분쟁건들이 있다"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고자 참석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해외건설협회의 강세기 대리는 "해외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돼 그간 볼 수 없었던 유익한 행사"라며 "중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서울국제중재센터를 찾았다"고 말했다.

liberte@yna.co.kr

ywsh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