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내 2위권의 회계ㆍ컨설팅업체인 삼정KPMG의 내분사태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창업자인 윤영각 전 회장이 현 경영진과 갈등을 빚다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난 이후 서너 달을 주기로 고위급 임원과 경영진 사이에 치고받는 '난타전'이 반복되고 있다.

철저한 윤리의식과 신뢰를 바탕으로 본업에 충실해야 할 회계법인이 반목과 갈등의 '사내 정치'에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삼정KPMG의 최모 부대표는 내부 파트너(주주임원)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김교태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발생한 독선적 경영행태로 대내외적인 부정적 이미지가 경쟁력을 저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서 현 경영진에 직격탄을 날렸다.

최 부대표는 삼정KPMG에 남아있는 유일한 창업멤버인데다,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김교태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인사여서 이번 '항명' 이메일에 따른 내부 파장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대표는 지난해 말 윤영각 전 회장의 퇴진과 올해 초 파트너급 임원들에 대규모 무보직 인사발령, 지난 7월의 TAX본부 총괄헤드의 해임 인사 등을 거론하면서 "김교태 대표의 권력욕을 위해 삼정을 떠나게 만들었고, 삼정의 이미지 손상 및 영업력 약화라는 후폭풍을 맞게 됐다"고 비판했다.

사내 고위 파트너 임원이 김교태 대표 등 현 경영진에 날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초 창업멤버이자 TAX본부 총괄헤드의 이모 부대표는 보직해임을 당하자 "일방적인 인사조치"라면서 '무소불위의 권력', '공포정치', '제왕적 리더십' 등의 용어를 써가며 김교태 대표 등 현 경영진을 비판하는 이메일을 전 구성원들에 보낸 적이 있다.

이 부대표는 결국 회사를 떠났다.

이번에 현 경영진을 비판하는 이메일을 보낸 최 부대표는 김교태 대표의 경영행태를 비난하면서 현 경영진과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비리 및 비위에 대한 의혹도 제기해 앞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교태 대표가 지난해 5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윤영각 전 회장의 이사회의장직 결정을 의결하는데 주도했음에도 이틀 뒤 사원정기총회에서 부결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최 부대표는 당시 김교태 대표의 측근 인사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을 파트너들에 강요했다는 내부 증언들이 있다면서 '삼정KPMG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삼정KPMG는 최 부대표의 주장을 '불만을 가진 파트너 임원의 적절하지 못한 일탈행위'라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 부대표가 주장하는 의혹들은 철저한 내부 조사 등을 통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이 났다.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 주장들도 있어 법적 대응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간에 첨예하게 주장이 맞선 상황이지만 내부 구성원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파트너는 "파트너들로 구성된 자율적 조직 문화는 사라지고 일방통행식의 재벌식 경영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면서 "올 한해동안 지속돼 온 갈등과 반목, 사내 정치의 폐해들이 현재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고위 임원들 간 자리싸움과 갈등으로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대외 이미지도 상당히 깎인 상태다. 고객들을 대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고 전했다.

한편, 삼정KPMG 경영진은 이번 '이메일 항명 파동'과 관련해 최 부대표의 거취 및 인사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로 최 부대표가 해임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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