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신 이어 윤증현ㆍ진동수 하마평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다음 달 2일 출범하는 농협금융지주의 대표 선정이 전직 고위 관료들의 '각축전' 자리가 되고 있다.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력하게 언급된 데 이어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 차원에서 금융지주 대표를 외부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견해는 힘을 얻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에 오래 몸담은 인사가 올 경우 농협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관료 출신이 선호되고 있기도 하다.

23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은 특별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날부터 이틀간 농협금융지주 회장 후보를 논의하고 면접에 나선다.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7일에도 열렸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초 금융지주 대표로는 김태영 신용대표가 유력하다는 평이 돌았다. 김 대표는 농협의 신경분리를 진두지휘하며 최원병 농협 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함께 남영우 전 대한주택보증 사장, 배판규 NH캐피탈 사장, 신충식 전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권태신 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논의는 공전 상태에 접어들었다. 현재 인사추천위원회는 금융지주 대표와 농협은행장을 겸임하도록 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분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농협은행장은 금융지주 대표가 선정하도록 했다. 금융지주 대표가 결정되면 농협은행장은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다.

금융지주 대표 후보로는 약 30명이 올라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증현 전 장관과 진동수 전 위원장 등 거물급 전직 관료들이 새로 하마평에 가세했다. 민간 출신으로는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과 고영선 전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도 거론되고 있다.

농협 안팎에서는 유력한 후보였던 김태영 대표나 민간 출신 인사보다 전직 고위 관료가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경우 2008년 신용부문 대표에 올라 2011년 연임했다. 농협 이덕수 농업경제 대표와 남성우 축산경제 대표, 신충식 전무, 서인석 조합감사위원장이 사임한 상태에서 이미 한 차례 연임한 김 대표가 또다시 금융지주 대표를 맡을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농협 고위 관계자는 "김 대표에 대해 '할 만큼 했다'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사임한 신충식 전 전무가 농협은행장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 대표와 은행장이 모두 농협 내부 출신이 되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간 출신이 임명되면 농협의 정체성을 살리기 어려워질뿐더러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민간 금융기관에서 오래 근무한 인사가 농협으로 옮기면 전 직장에서 배운 대로 일할 수밖에 없다"며 "전 직장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상도의에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관료 출신이 은행장을 많이 맡을 때는 이 은행에서 저 은행으로 옮겨다니는 게 가능했다"며 "그러나 현재처럼 민간 출신이 은행장을 많이 맡을 때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료 출신은 이같은 우려가 없어 선호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에 출자하는 정부 지분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관료 출신이 적합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전직 고위 관료가 선임될 경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관료 출신이 하마평에 가세한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금융권 임원이 노쇠한 관료들의 노후대책 자리인 것처럼 여기는 정부의 행태가 개탄스럽다"며 비난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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