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주 서울 강남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전직 관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의 모친 상가에는 이명박 정권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윤증현 윤 경제연구소장,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임종룡 NH금융지주 회장, 권혁세 전 금감원장, 현오석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시간 차이를 두고 문상을 한 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갈공명이 와도 못살린다= 전현직 경제관료가 모인 자리의 화제는 역시 경제였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윤증현 소장이 현부총리를 위로하는 말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은 제갈공명이 와도 경제를 눈에 띄게 되살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나마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데 대해 현재의 경제팀이 최선을 다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동양은 폭탄 돌리기였다= 해체 위기를 맞고 있는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관전평도 이어졌다. 우선동양그룹의 퇴출이 불가피했느냐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동양그룹은 이미 이명박 정부시절부터 유동성 위기를 맞았지만 박근혜정부까지 생명선을 연장해 왔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들은 채권시장에서 동양그룹 관련 크레디트 물이 더 이상 소화되기 힘들게 된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양그룹이 폭탄 돌리기식 롤오버를 더 이상 이어가기 힘든 시점에 금융감독원이 나섰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 집중포화를 맞은 최수현 금감원장에 대한 동정론도 이어졌다. 동양그룹은 누가 해도 한 번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었고 결국 그 차례가 최원장이 됐을 뿐이라는 게 이들의 진단이었다.

▲정크본드를제대로 이해해야= 동양그룹 사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정크본드에 대한개념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쉬워 하는 분석도 이어졌다. 투자적격으로 판정된 LIG 그룹의 CP(AA급) 등과 동양그룹 관련 크레디트 물은 다르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동양그룹 관련 크레디트 물은 이미 투자 부적격으로 판정받아 정크본드라는 꼬리표를 달고 팔렸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9월에동양 회사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B'에서 'B-'로 내렸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각각 'B'에서 'B-'로 내려갔다. NICE신용평가도동양의 장·단기신용등급을 각각 'B+', 'B-'로 낮췄고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동양파이낸셜대부의 단기신용등급도 하향 조정했다. 모두 투자 부적격 정크본드라는 의미다. 동양그룹 관련 크레디트물은 정기예금 3% 시대에 7~8%의 고수익을 내세워투자자들에 인기몰이를 했다.

관료들은 정기예금 3% 시대에 수익률 8%의 회사채를 보유했다면 투자자들은 그에 대한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은 따져봐야할 사안이지만 모든 투자의 리스크와 리턴(위험과 수익)은 트레이드 오프(상쇄효과)라는 점을 투자자들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연 3% 짜리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바보라서 그런 것이냐"면서 투자자들의 책임과 규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투자자들도 이제 저금리 시대를 맞아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게 이들의 이구동성이었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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