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삼성증권이 IB(투자은행) 분야를 비롯한 일부 사업부에 한해 경영 컨설팅을 받으려던 당초 계획을 최근 리테일영업 부문까지 확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법인영업과 해외사업, IB(투자은행)관련 사업부들이 AT커니로부터 경영관련 컨설팅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최근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 리테일 사업까지 컨설팅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경영 컨설팅은 외부업체를 통해 회사가 자발적으로 외부감사를 받는 것과 같아 향후 삼성증권 내 조직개편이나 사업부문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삼성證, 사실상 최초 외부 컨설팅..왜? = 23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2월 초부터 외국계 컨설팅 전문업체인 AT커니로부터 리테일사업부문에 대한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삼성증권이 이처럼 전 사업분야에 걸쳐 외부 컨설팅 업체로부터 경영 진단을 받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 2000년대 초 삼성증권이 컨설팅을 계기로 기존 브로커리지 업무 중심에서 자산관리형 영업으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번처럼 실적부진에서 비롯된 컨설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통상적인 '경영 진단'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리테일에 '메스'를 들이대는 신호탄으로 보고있다.

이달 초 최악의 적자에 허덕이던 홍콩법인 규모 축소 계획이 나온 것처럼 리테일영업도 수익구조 재편과 비용 효율화를 위한 개편이 일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홍콩법인 수준의 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리테일 방식의 체질 변화와 비용 효율화를 위한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계획에 없던 리테일사업 영역까지 컨설팅 범위가 확대된 데 대해 지난 연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안종업 리테일사업본부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 부사장 필두의 리테일 영업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는 수준의 형식적인 컨설팅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해외 영업과 IB분야 컨설팅은 업계에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만큼, 명확한 방향성 제시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며 "리테일도 그런 차원에서 한 번 받아보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리테일영업..부진한 이유는 =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증권의 리테일 영업과 자산관리 분야 실적 악화를 삼성증권의 '체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지난해 7~8월 장세에서 타 증권사보다 상대적으로 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많이 다루는 삼성증권 리테일의 타격이 유독 컸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강점이던 리테일영업과 자산관리 분야에서 실적이 안 좋게 나오니 컨설팅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이 삼성증권에 불리하게 돌아간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투자자들에게는 '컨설팅 받는 삼성증권'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 대한 내부 임원진의 인식이 안 좋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리테일 실적 부진은 2011년 회계연도 2분기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기준 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지난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증권에 개인 투자자들이 맡겼던 예탁자산은 당해 1분기 108조2천억원에서 100조3천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예탁자산 중 규모가 가장 큰 주식자산은 1분기때 74조8천억웠이었지만 2분기에 67조3천억원으로 감소했다.

랩어카운트 전체 개인 가입고객수도 지난 1분기때 3천명 가까이 증가한 이후 2분기에는 8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고전했다.

주식형과 혼합형, 채권형, 머니마켓펀드(MMF), 파생상품펀드 등 리테일 펀드 잔고도 전분기 대비해서 크게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변동성이 심하게 나타나고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큰 상품을 많이 다루는 삼성증권 상품에 매력을 못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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