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4천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분배지표는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9월 말 현재 소득분배 지표(5분위 배율)를 보면 고소득층(5분위 계층)의 가처분소득이 저소득층(1분위 계층)의 5.05배로, 지난해의 4.98배보다 커졌다. 환율 효과와 국내총생산(GDP) 성장 등으로 전체 소득 평균은 증가했지만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에서 뜨거웠던 경제민주화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이지만 선거와 관계없이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은 상시로 중요한 일이다.

부유층이 부를 쌓는 일에만 골몰할 경우, '그들만의 리그' 속에 대중과 격리되고 종국에는 사회적 안정에 대한 비용이 매우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역사적 경험에서 보여준다. 양극화가 심화하면 갈등과 분노가 지식인을 전염시키고, 이들의 동정심이 과격한 사회 변혁 세력과 만나면 궁극적으로 공동체가 치러야 할 비용은 엄청났다.

근대 들어 서구사회에서 경제민주화 개념을 진보 쪽보다 보수 세력이 선점한 것은 수차례 민중혁명을 경험한 이후 체득한 현실적 문제 해결의 대안 모색 차원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빈민구제와 의료·복지 정책을 프로이센 제국과 영국의 보수당 정권이 먼저 주도한 것이 좋은 예다. 당시 집권층이 이를 추진한 것은 특별히 선의와 자비심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지배 체제를 견고히 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종이었고, 선제적으로 약자를 돌보는 프로그램에 나서는 것이 폭발한 뒤 사후적으로 뒤치다꺼리할 때의 비용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곤층과 부유층이 7:1을 넘어서는 비율부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지점을 벗어나면 경제의 총생산량이 줄기 시작하고 성장 자체가 퇴보한다고 분석한다. 공동체의 규범과 규칙,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신뢰가 깨져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고갈되고, 성장은 공염불에 불과해진다.

자본주의에서 기업가는 곧잘 '야수의 본능'을 가지고 부를 일구는 이들에 비유된다. 정부의 역할은 이들이 '괴물'로 변질되지 않도록 '애완견'으로 잘 길들이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룰'을 공정하게 적용해야 사회의 영속적 안정과 성장이 담보된다는 차원에서 출발부터 정부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입장은 틀릴 수 밖에 없다.

양극화 못지않게 성장의 불씨가 꺼지는 것도 공동체에는 또 다른 큰 위협 요인이다. 모든 생물 유기체와 마찬가지로 국가도 성장을 멈추는 순간 죽는다. 죽지 않으려면 경제운용방식의 틀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낙수효과(대기업 부유층의 투자.소비가 저소득층 소득증대로 이어져 경제가 좋아진다는 이론)만 노리는 성장 정책으로 갔기 때문에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졌고, 이제는 분수효과(저소득층의 소비증대가 경기를 부양한다는 이론)가 일어나는 패턴으로 선회해야 할 것 같다.

공동체가 지속성장 가능하기 위해서는 승자독식이 아니라 사회 모든 부분에 패자를 위한 희망의 사다리를 유지하고, 중산층이 쇠퇴하지 않도록 하는 모든 노력이 지속 되어야 한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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