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임명된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향후 한국 경제는 질적인 성장과 함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과 괴리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앞으로 아시아 지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하겠지만, 여전히 세계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임 국장은 또 ADB에서 연구하면서 쌓은 아시아 지역 개발 과제의 중요성 등을 IMF에 인식시키는 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창용 신임 IMF 아태국장>

이 신임 국장은 2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기 때문에 5~6%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질적인 성장을 얼마나 높이느냐 중요하다"며 "잠재성장률 수준을 4%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이 이하로 너무 떨어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수렴하는 과정에서 위기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시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아시아 경제가 지난 10년간 중국과 인도 경제의 급속한 등을 기반으로 빠른 성장을 해왔지만, 향후에는 이런 속도로 성장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는 오히려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수렴하는 면이 있어 바람직하고,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 국장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대통령직속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등을 거쳐 지난 2011년부터 ADB 수석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다. 내년 2월10일부터 IMF 아태국장으로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아래는 이 신임 국장과의 일문일답.

-ADB와 IMF라는 주요 국제기구를 모두 거치게 됐는데,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우선 ADB에 미안하다는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ADB도 매우 중요한 기관인데, 3년만에 자리를 비우게 됐다. ADB가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 IMF가 우리나라에서 가지는 의미 때문에 정부에서 저를 IMF로 보내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3년간 ADB에서 일하면서 '개발'이 무엇인지, 후진국의 애환이 뭔지에 대해서 절실히 배울 수 있었고,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개발단계가 낮은 상황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인 것도 많다. ADB에서 배운 교훈을 IMF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거시건전성정책 등 우리 정책에 대한 IMF의 이해가 깊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 데.

▲한국 정부와 IMF의 가교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겠다. 우리 경제의 위상이 올라간 만큼 책임감도 커지고 국제적인 역할도 요구되는 상황에서 핵심적인 국제기구와 정부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 IMF의 정책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입장을 통해서 IMF의 정책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 지도 고민하도록 하겠다. 한국의 경험이 독특한 것도 많다.

-한국이나 아시아 현안 관련해 IMF에 꼭 이해시키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아시아는 굉장히 다양한 지역이다.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 한국 고소득 국가도 있고 인도와 중국 등 다이내믹한 중간 국가도 있다. 반면 네팔과 미얀마 등 1인당 소득 1천달러가 안 되는 국가도 있다. 전 세계 빈곤 인구의 3분의2가 아시아지역에 산다. 이질적인 집합인 만큼 하나의 정책만으로 대하기 어렵다. 발전단계에 맞는 거시정책이 무엇인지 더 고민하겠다.

-아시아 및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아직 IMF에 간 것은 아닌 만큼 ADB의 의견을 말씀드리겠다. 아시아 경제가 지난 10년보다 당연히 슬로다운(slow down) 할 것이다. 10년간 중국이 연 10% 가까운 성장을 했고, 인도도 8% 성장했다. 그 이면에는 선진국의 버블에 따른 빠른 성장이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제 서양 경제도 둔화하고, 중국도 과거처럼 성장하기 어렵다. 내년과 내후년 아시아 신흥국은 6%대 성장을 예상한다. 그래도 이 수치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역동적인 숫자다. 중국과 인도 성장률 둔화에도 아세안지역 경제는 빠른 성장을 보일 것이다. 미얀마도 개방이 진행 중이다. 향후 10년간 아시아가 여전히 역동적인 경제가 되는 것은 틀림없다. 성장률이 둔화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수렴하는 면이 있어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5~6%의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질적인 성장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될 것이다. 잠재성장률 수준은 4% 정도로 보고 있는데, 이 이하로 너무 떨어지는 것도 문제가 된다. 지속가능한 성장률로 수렴하는 과정에 위기관리가 중요하다.

-개인적인 소회를 전한다면.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덕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과거 저보다 뛰어난 분들이 많았지만, 우리의 경제 위상으로는 쳐다볼 수도 없는 자리였다. 경제 발전과 기업들의 활약, G20을 통한 위상 제고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일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추천서를 써 주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에 수차례 전화를 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정말 많이 노력해 주시기도 했다.

1997년 IMF구제금융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IMF에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어떤 채널도 없었다. 그런 기관의 고위직으로 가게 된 만큼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자부심도 생긴다. 책임감도 더욱 커진다.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만큼 실축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적지 않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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