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이 합의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유럽 은행들은 우울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그리스 국채 보유에 따른 손실로 지난해 엄청난 손실을 떠안은 많은 유럽 은행들은 엄격한 자본비율까지 맞춰야 하는 상황이어서 올해를 경비 절감의 해로 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은행들이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 현금을 비축하고 부채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대출은 국내시장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형 유로존 은행들은 단기 유동성을 쌓고 위험 자산을 줄여 자본 적정 비율 규제와 엄격해진 대출 기준에 맞추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바젤Ⅲ는 은행 자본 강화를 위한 새로운 규제로 오는 2013년부터 적용되며 은행들에 요구하는 기본자기자본(tier 1) 비율이 최소 7%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유럽 은행들이 오는 6월까지 기본자기자본 9%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애널리스트들은 공격적인 긴축에 나선 은행들이 투자자들의 선호를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대형은행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은 자산 축소를 통한 자본 증대에서 지금까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BNP파리바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3.2%로 소시에테제네랄의 9.7%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BNP와 소시에테제네랄의 4분기 그리스 국채 상각 규모는 각각 3억5천300만유로와 3억700만유로였다.

BNP 주가는 작년 한 해 34% 곤두박질쳤고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된 다음날인 22일에도 하락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주가 역시 40% 넘게 떨어졌다.

이 와중에 은행들의 주가는 그리스와의 국채 교환에서 유럽 은행들이 앞으로 입을 손실을 선반영해 2차 구제금융이 타결된 지난 21일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합의된 그리스 구제금융안에서 은행 등 민간채권단이 보유한 국채에 적용되는 헤어컷(손실률)은 53.5%로 결정됐다. 국채 교환에서 새로 받는 국채의 이자가 낮아서 민간 채권단의 실 손실은 최대 7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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