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STX가 리테일 회사채 투자기관들의 '반란표'에 경영정상화를 위해 준비했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회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한 사채권자들의 '고통분담' 동의를 무난히 받아낼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체결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STX는 채권단이 자율협약 체결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채무조정안(채권만기를 2017년 12월 31일로 연장하고, 사채이율을 2%로 조정)과 출자전환안(사채총액의 58%를 출자전환)에 대한 사채권자의 동의를 얻기 위해 지난 27일 사채권자집회를 개최했다.

잔액이 남아있는 88회차(1천800억원)ㆍ96회차(247억원) 회사채와 97회차(885억원) BW를 보유한 사채권자들이 대상이었다.

각 회차별로 사채권자 3분의1 이상의 참석과 3분의2(67%) 이상이 동의가 있으면 ㈜STX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규모가 큰 88회차 사채권자들이 채무조정안에 동의를 하면서도 출자전환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88회차 사채권자들의 출자전환안에 대한 찬성비율은 64.72%. 가결요건인 67%에 1.94% 모자랐다. 금액으로 따지면 34억원에 불과한 차이였다.

㈜STX는 사채권자집회에 앞서 개별적으로 투자자들을 찾아가 향후 경영정상화 계획을 소상히 설명하고,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고통분담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청산절차가 진행되면 피해가 클 수 있는 만큼 ㈜STX의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사채권자집회는 형식적인 동의절차를 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결과는 달랐다. 88회차 회사채를 들고 있는 투자자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리테일 회사채 투자기관들 중 일부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리테일 회사채 투자기관들은 새마을금고와 신협, 단위농협 등의 금융기관이다. 이들 기관은 88회차 회사채 1천800억원 가운데 600억원이 넘는 물량을 들고 있다.

당초 이들 기관들은 ㈜STX가 제시한 방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사채권자집회 직전에 소수의 일부 기관이 공동 전선에서 이탈하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실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근소한 차이로 출자전환안이 부결되는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STX와 채권단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88회차 사채권자들이 출자전환안에 반대하자 97회차 사채권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찬성표를 던져봐야 어차피 출자전환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이유였다.

결국 97회차 사채권자들을 상대로 한 출자전환안 동의절차는 29일로 연기됐다.

채권단은 ㈜STX가 사채권자들의 '완벽한' 동의를 얻지 못한데 당황해 하면서도 자율협약 체결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TX 경영진은 다급해졌다. 결국 88회차 사채권자들을 다시 한번 설득해 보기로 했다. 너무나 근소한 차이로 부결된 터라 투자자들을 설득하면 결과를 되돌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결국 ㈜STX는 채권단의 협의와 협조를 통해 88회차 사채권자들만을 상대로 한 사채권자집회를 3주뒤 쯤 다시 여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STX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고통분담에 나서주도록 투자자를 설득해 동의를 얻어내고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해 경영정상화 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STX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반드시 동의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보도자료를 이날 별도로 내기도 했다.

㈜STX가 사채권자에 대한 설득에 실패하게 되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체결은 물건너간다.

회사채와 BW의 만기가 2017년 말까지 연장돼 당장 급한 불은 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출자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해 내년 3월에 상장폐지될 수 있다.

㈜STX는 총 1조2천88억원의 부채(협약채권 9천149억원, 비협약채권 2천939억원) 가운데 7천억원(협약채권 5천300억원, 비협약채권 1천700억원)의 출자전환이 이뤄져야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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