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일 발표된 2014년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키워드는 '삼성전자의 1등 유전자 이식'이라고 한다. 총 8명의 승진 사장 중 삼성전자에서 무려 5명이 '싹쓸이'로 배출됐다. 사상 최대의 성과를 냈으니 신상필벌의 인사원칙이 적용됐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은 일견 대견하지만, 이 대목에서 계열사 사장 배출로 승진 잔치나 하고 있을 때인가 하는 데는 걱정이 앞선다.

삼성의 기술 혁신 역사에서 이병철·이건희 회장 대에서는 국내 1등을 다졌지만, 3대의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는 글로벌시장에서 추종자(follower)가 아닌 확실한 1등 선도자(first mover)로 자리 잡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이번 삼성전자 출신의 계열사 사장 승진 인사는 안방에서만 1등이고, 글로벌시장에서는 2등 추종자에만 머무는 유전자를 다른 계열사에 심겠다는 안일함은 아닌지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이재용 부회장은 e-삼성이라는 첫 번째 사업에서 뼈아픈 평가를 받고, 삼성전자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야심 차게 갤럭시 기어를 출시 했지만(연합인포맥스 2013년 9월17일 오전 8시53분 송고 '최기억 칼럼 이재용의 베팅' 참고),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시장의 평가는 싸늘하다. 그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고도 험한 상황인 셈이다.

갤럭시 기어는 선도자의 이점(advantage)을 살리기는커녕 먼저 출시해서 오히려 불이익(disadvantage)을 받을 판이다. 이 제품의 실패가 갖는 좌절은 무엇보다 '우리는 결코 주도자가 될 수 없어, 고작 기존 제품의 기능 추가나 하는 추종자일 뿐이야'라는 패배감이 굳어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은 어떤 기업을 평가할 때 현재까지 얼마나 실적을 냈느냐는 관심이 없다. 대신, 향후 성장 잠재력에 더 방점을 둔다.

2주 전 삼성전자는 신라호텔에 외국 큰 손 투자가 200여 명을 불러놓고 앞으로 배당을 좀 더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주당 8천 원씩에서 14,000원으로 배당액을 올려 배당률 0.93%로 늘렸지만, 대만의 TSMC 배당률 4~6% 등에 비교하면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땀 흘려 번 이익을 외국인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는 배당 결정을 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은 현재 PER 8 정도인 삼성전자가 10%~20% 저평가된 것으로 보고, 내년 1분기 중에 자사주 매입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주가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올해 보였던 영업마진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가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이보다는 신제품 출시 능력과 경쟁사들의 동향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에게는 더 큰 관심사다.

그런 의미에서 1~2년 내에 삼성이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악재다. 앞선 경쟁사의 동향도 녹록하지 않다.

애플보다도 최근에는 구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스마트 안경 시대를 예고하는 '구글 글라스'는 현재 베타 버전을 테스트하며 최종 몇 가지 버깅(Bugging)을 잡는 중이다. 전화 통화음과 음악은 안경테의 귀걸이 부분으로 듣고, 사진은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그냥 착용한 렌즈로 쉽게 찍는다. 인터넷은 안경을 통해 마구 검색할 수 있다. 가격은 100만원대.

이런 '뿅 가는 제품(killer product)'이 나오게 되면 삼성전자의 성장성은 어떻게 될까. 이 바닥은 노키아, 소니의 흥망에서 봤듯이 한방에 '훅' 가는 곳이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당기간 옆으로 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