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삶의 질' 통계체제 발표 계획

-거버넌스 중요하지만 '운영의 묘'가 더욱 절실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오진우 기자 = 박형수 통계청장은 연말께 예정된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개편으로 물가상승률이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삶의 질을 통찰할 수 있는 종합적인 사회통계체계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통계청의 중립성 강화를 위한 청장 임기제 도입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제도적인 변화보다 실질적으로 안정적으로 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풍토가 형성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형수 통계청장>

박형수 청장은 9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12월 중에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소비자물가 항목 개편에 이어 2년 만에 품목별 가중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물가 상승률은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청장은 "보육과 교육 등 정부지원이 강화된 항목에 대한 가중치를 하향할 계획"이라며 "물가지수에서 비중이 높았던 항목들이 정부 지원으로 전체 가계지출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청장은 통계청 핵심과제로 내년 상반기 발표할 예정인 삶의 질 통계를 꼽았다. 분배지표와 심리지표 등을 총괄해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는 통계다.

그는 "경제지표만으로 삶의 질을 판단하기 어렵다. 이제 사회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현상을 파악하고 경향을 보여줘야 한다"며 "각종 사회통계를 부처차원에서 필요할 때 개발해 사용하는데, 탑 다운(top-down)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개발경제시절 경제통계를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경제정책을 폈던 것처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사회통계의 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청장은 통계청장 임기제 등 제도적 개선보다 전문성을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진국일수록 오히려 청장 임기제가 드물다. 책임감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조직을 이끄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국내총생산(GDP) 통계의 통계청 이관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또 국정과제인 고용 확대를 지원할 고용통계 개편, 세원 확보와 정확한 복지체계의 구축 등을 위한 소득통계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박 청장은 1967년생 전남 화순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과 한국조세연구원,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을 거쳐 통계청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아래는 박 청장과의 일문일답

--앞으로 소비자물가 개편은 어떻게 진행되나.

▲조만간 가중치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육과 교육 등 정부의 지원이 강화된 부분은 가중치를 줄일 예정이다. 물가 지수에서 비중이 높았던 이 항목에 정부 지원이 집중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더 크게 낮춰진 측면이 있다. 개편 이후 물가 상승률은 다소 높아질 수 있다.

--최근에는 경제통계를 넘어 사회복지통계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와 관련해 새로 추진하는 통계가 있다면.

▲내년 상반기 '삶의 질' 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지표만 보고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 현상을 파악하고 경향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 필요할 때마다 각 부처에서 통계를 개발해 쓰고 있지만, 탑다운식으로 큰 그림을 가지고 통계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별도 지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통계체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포함되는 통계는 국제공통인 것도 있고 우리나라에 특화된 항목도 있다. 국제비교보다는 우리나라에 맞는 체계를 만들려고 한다. 현재 생산하지 않는 통계는 향후 어떻게 만들겠다는 방침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학회 등을 통해 기본틀을 만들고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쳐 내년 초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통계 외에도 이런 통계가 필요하다는 큰 그림을 보여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사회보장기본법에도 정책개발시 통계를 마련하고 해당 통계를 기반으로 평가하라는 방침이 포함되어 있다. 복지나 교육 등 모든 정책이 다 해당된다. 이런 작업을 고용부나 복지부 등과 함께해야 한다.

--통계청 거버넌스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가 많다. 생각하는 방향성이 있다면.

▲통계의 독립성 강화라는 취지에서는 공감한다. 최근 통계 독립성 관련 논란은 관행적으로 운영해 온 사전협의제 등에 기인한다. 이는 사전제공의 예외적 허용 등 투명한 절차 도입 등을 통해서도 이를 해소할 수 있다. 이런 취지에서 최근 정부는 국가통계위원회 심이 후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통계청장 임기제 등의 문제는 통계 선진국에서도 임기제가 있는 국가가 많지 않다. 대신 임기가 없는 나라에서 실제 재임기간이 길면서 책임지고 조직을 이끌 수 있는 풍토가 있다. 통계는 전문적인 영역이다. 우리나라도 실제 직원들은 특채 등으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청장만 장차관처럼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소득이나 고용통계가 더 정치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

▲맞춤형 고용과 복지 등 국정목표를 뒷받침할 사회복지 통계를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우선 소득통계는 국세청 소득자료와 사회복지 통합전산망 등 행정자료를 사용해 소득통계의 대표성 확보 및 정확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조사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양극단의 과소응답 문제를 행정자료를 통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통계는 우선 국제기준에 따라 내년 11월부터 지표를 개발해 공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실업률이 낮게 나오는 취업준비생 문제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용통계의 세분화다. 직업분류는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고용통계산 산업분류는 전통적 분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서비스업 고용 활성화가 주요 정책과제인데, 현행 통계 체계를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가기 어렵다. 서비스별로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한은의 GDP 통계를 통계청으로 넘겨야 한다는 지적들이 꾸준히 나오는데.

▲경제지표에서 GDP 통계는 종합예술로 볼 수 있다. 조사자료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와 보충이 동반돼야 한다. 한국은행은 백여명의 인원이 충분한 조사 역량을 투입해 GDP를 산출하고 있다. 반면 현재 통계청의 인적구조로는 연구역량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당장 GDP 통계를 가져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eco@yna.co.kr

jw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