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수익성 악화에 빠진 금융권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며 비용절감에 힘쓰고 있지만 살 길이 마땅치 않은 직원들은 나가길 꺼려하고 있어 경영진들이 고민에 빠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 결과 90명 남짓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회사가 예상한 100~150명에 못미치는 수준이며 지난 2008년과 2010년 당시 각각 500명, 120명이 나갔을 때보다도 적다. 여기에다 막판에 마음을 바꾸는 직원들이 있을 것으로 보여 최종 인원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신한카드의 정규직원은 총 2천800여명으로, KB국민카드(1천300여명)의 2배 이상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부서장급인 부부장만 300여 명인데 승진 자리는 150명 밖에 없는 등 항아리형 기형 인력 구조가 문제가 되어왔다"며 "하지만 이번 희망퇴직으로는 인사적체 해소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금융계열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삼성도 마찬가지다. 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임직원의 전직(轉職) 지원에 나서며 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하고 있으나 직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창업 등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어하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직 지원 프로그램' 을 실시, 최대 100명 가까이 받을 예정이었으나 신청자는 이보다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년 간 회사를 쉬며 다른 일거리를 모색해보는 삼성화재의 '창업지원 휴직' 신청자도 2~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손해보험은 이달 초 10년 이상 근속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100명 내외가 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65명만이 최종 확정됐다. 알리안츠생명도 10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했으나 아직 노조와 조건 등을 협상 중으로 확정된 것이 없다.

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도 만55세 이상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지만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로 그 규모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권 전반이 불황인데다 저금리 기조로 경영난을 극복하기도 어려워 우선적으로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며 "장기불황으로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나가도 할 일이 마땅치 않아 다들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자는 심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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