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38.1조 원의 부채를 짊어진 탓에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상징이 됐다. 전체 공공기관 부채 493.4조 원 중 28%를 차지하는 만큼 할 말이 없는 입장이지만, 자산과 부채를 살펴보면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11일 정부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부채 현황을 보면 LH가 짊어진 부채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주요 12개 기관 중 2위인 한국전력(한수원, 발전5사 포함)의 95.1조 원보다 40조 원이 더 많고 3위인 한국가스공사 32.3조 원의 4배에 달한다.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도로공사 등 SOC 공기업 부채 208.9조 원 중 66%가 LH 몫이니 여론의 질타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LH가 자구 노력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출범 당시 524%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464%로 줄었고 금융부채 순증액도 20조 원에서 3조 3천억 원으로 감소했다. 금융부채도 2009년 75조 1천억 원에서 107조 2천억 원으로 출범 초기 예상했던 172조 원이나 137조 원보다 낮다.

문제는 국내 최대 토지주택공기업이다 보니 버는 만큼 쓰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LH가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인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08년 -3.6조 원, 2009년 -5.3조 원, 2010년 -8.6조 원, 2011년 -2.4조 원, 2012년 -0.8조 원이다.

여기에 역대 정권의 주거복지공약을 지키느라 블랙홀이 된 임대부문은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LH 임대사업부문은 전체 자산 167.8조 원 중 67.4조 원으로 40%를 차지하지만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3%로 수익성 악화의 원인 중 하나다. 게다가 임대주택은 법 규정상 매각할 방법도 없어 정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안고 가야 한다.

이 때문에 국회 예산정책처도 기존 국민임대주택 사업이 낮은 건설비 지원단가, 장기임대 중심의 사업구조로 LH의 금융부채를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LH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필요한 임대주택 건설단가 현실화, 국민주택기금 융자의 출자전환 등에는 귀를 닫는가 하면, 사실상 만성 적자인 LH로부터 1천억 원대의 주주배당금을 챙기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인억 LH 부사장이 지난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어디가 국가 책임이고 어디가 공기업 책임인지, 과연 국가가 국가의 책임 부메랑을 감내할 수 있는 준비와 자세가 있는지 걱정된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도 정책적 원인으로 발생한 부채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 주목된다.

안종범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지난 4일 열렸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공기업부채 발생원인은 정부사업 대행, 원가보상율 미달, 방만 경영 등 세가지"라며 "첫 두 가지 정도는 반드시 정부가 맡아야 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구분회계를 통해 공공기관별 부채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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