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현대자동차가 해외공장을 신설하거나 외주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공장의 해외 이전은 노사간 단체협약에 제한된 사항인데다 외주 경우 완성차 조립 과정을 독립된 라인으로 구축을 의미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24일 자동차 업계의 진단이다.

대법원은 전일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0년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 1천939개 사업장 중 41.2%가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활용하고 있다. 사내 하도급 근로자는 32만 명을 넘는다.

특히 이번 판결의 시발이 된 현대차그룹은 심각하다.

현재까지 현대차 내 사내하청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 전환 집단 소송을 제기한 수는 1천941명이고, 2010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대차 내 사내하청 근로자는 8천여 명에 달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고용 유연성을 해친다며 앞으로 생산거점의 해외 이전이나 국내 제조업 공동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재계가 제기한 해외 이전 등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현대차 단체협약 42조에 따르면, 현대차는 해외공장 신설과 차종 투입으로 인한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또, 차세대 차종(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 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개발 후 생산공장 배치는 시장 환경, 수익성, 생산성 등을 고려해 결정하되 국내공장에 우선배치·생산하며, 국내공장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해야 한다.

단체협약은 법적 효력을 갖기 때문에 사실상 현대차의 해외공장 이전이 불가능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의 예를 들어 현대차가 외주를 줄 가능성을 들었으나 이 대안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공장에서는 부품을 납품받아서 완성차로 조립한다"며 "백 명 단위의 사내하청업체들이 완성차 조립 과정을 독립된 라인으로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현대차는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라인 조정 등을 통해 인력을 재배치해야 할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매년 1천573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고, 자동차업계 전체로는 매년 약 4천33억원이 더 필요하다. 현대차 노조는 사내하청 근로자 8천여 명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때 평균 근속연수 등을 고려해 2천600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에서는 정규직 전환 비용을 추정하기도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자동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내하청 근로자와 파견 근로자를 구분하기 위해 근로 공간과 작업 내용, 작업 지시권 등을 근로자 개별 입증을 해야 한다"며 "여기에 퇴직금이나 장기근속 등 온갖 조건들을 고려하면 더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부 근로자들이 이번 판결의 소급적용을 요구할 것"이라며 "현대차와 노조가 절충안을 찾지 않으면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현대차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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