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포스트 벤 버냉키(Post Ben Bernanke)' 체제의 윤곽이 드러났다. 2014년부터 4년간 미국 금융.통화정책을 결정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사령탑은 재닛 옐런-스탠리 피셔 투톱 체제로 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부의장인 옐런은 1~2주 안에 상원 인준 절차를 마치고 내년 1월에 의장에 취임할 예정이며, 공석이 된 부의장 자리는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가 임명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부의장 후보로 떠오른 피셔는 옐런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 출신으로 한국 등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수습한 경험이 있고, 2005년부터 9년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를 맡아 이스라엘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끈, 능력있는 금융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피셔는 위기 관리에 강점이 있어 옐런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경험 부족을 메워줄 것으로 국제금융계는 기대하고 있다.

피셔는 잠비아 태생의 유대인 가문 출신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전임자인 버냉키가 유대인이고, 내정자인 옐런과 피셔 모두 유대인이라는 점에서 연준에 대한 유대인의 영향력을 짐작해볼 수 있다. 연준의 태생 자체가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든 중앙은행이라기 보다는 월가 은행들의 연합체 성격을 가졌고, 월가를 유대인이 장악했기 때문에 유대인 출신의 중앙은행 지도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겉으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지명하지만, 실제 누구를 지명하느냐는 사실상 유대인들이 결정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옐런-피셔 체제의 연준은 버냉키 체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버냉키는 미국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역할을 해왔다면 옐런-피셔 체제는 돈을 회수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에서 잔뼈가 굵은 옐런과 외부에서 많은 업적을 쌓은 피셔가 서로의 장단점을 잘 조화시켜 나갈지 주목된다.

피셔는 잘 알려졌듯이 버냉키 의장의 스승이다. 경제학 교과서의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학도 피셔에게 수학했다. 버냉키는 연준 의장시절 피셔에 대해 "나의 롤모델이며 종종 자문을 구한다"고 했다. 피셔는 현 의장인 옐런보다 학문적 성취나 경력면에서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옐런이 이끌 4년간의 연준은 활발한 토론을 이용한 내부소통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의미에서 피셔는 의장보다 목소리가 큰 부의장이 될 소지도 있다. 특히 위기에 부닥쳤을 때 경험이 많은 그의 의견이 연준의 정책에 많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찌보면 피셔 부의장은 포스트 옐런 시대까지도 염두에 둔 장기적 포석의 결과물이다.

연준은 17~18일 버냉키 체제의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를 한다. 테이퍼링(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을 이번 회의에서 결정하든 안 하든 큰 그림에서 미국은 출구로 가고 있다. 내년에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하면 더욱 구체적으로 시기와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의에서 초미니 테이퍼링을 하든, 테이퍼링의 가능성만 언급하든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라는 항공모함은 이미 뱃길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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