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환자가 의사에게 호소하였다. “선생님, 제가 보리 알갱이가 된 걸까요?” 의사가 놀라서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환자가 대답했다.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매일같이 닭들이 저를 쫓아와서는 부리로 저를 쫀다고요.” 의사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당신은 엄연히 사람입니다. 낟알이 아니에요.”

의사는 환자를 안심시켰고, 환자는 진찰실에서 나갔다. 그런데 5분도 되지 않아 환자가 아주 불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돌아왔다. 의사는 다시 환자를 격려하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환자분은 낟알이 아니라고요.” 환자가 낙담하여 말했다. “선생님, 저는 충분히 알아들었어요. 제가 낟알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문제는 우리 집 닭들이에요. 녀석들은 몰라요. 내가 낟알인줄 믿고 있다고요.”

요네하라 마리가 쓴 <유머의 공식(마음산책)>에서 본 글이다. 유머에 관한 책에 나오는 내용이니만큼 당연히 웃긴다. 재미있다. 그런데 우스개라고 하하 웃고 그냥 잊어버리기에는 좀 아깝다. 잘 살피면 진리가 숨어있다. 이 유머를 보면서 나는 얼핏 시장을 떠올렸다.

내가 아무리 그 회사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우겨도 소용없다. 그래서는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주가가 오르려면 시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 회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주식을 비싼 가격에 계속 매수하여야 한다. 그래야, 주가가 오른다. 내가 아무리 환율이 내릴 것이라고 주장해도 소용없다. 그래서는 환율이 내리지 않는다. 환율이 내리려면 시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낮은 환율에라도 계속 팔아야 한다. 그래야 환율이 내린다.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의 주가나 환율은 ‘내’가 그렇게 주장한다고 하여 그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움직인다. 내가 아무리 낟알이 아니라고 우겨도 소용없다. 닭들이 여전히 나를 낟알로 여기는 한, 녀석들은 부리로 쪼며 덤벼들 것이다. 내가 아니라 닭이 문제이다.

다른 사람, 즉 시장의 분위기 혹은 추세를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요지인즉슨...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요즘의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그들도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만일 ‘그들’도 주가가 오르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면 결코 시장이 이 모양 이 꼴이 되도록 내버려둘 리 없다.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들어 무언가 행동을 취하였을 터. 그러지 않았기에 시장은 지금 이런 지경으로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의 앞날은 ‘풍전등화’격이다. 조금만 바람이 더 불면 상승세는 훅 꺼지고 본격적인 하락세가 올 참이다. 일목균형표를 보라. 상승세로 볼만한 구석이 도무지 없다. ①주가는 이미 고점에서 하락한지 오래되었다. ②전환선도 역시 하락세로 꺾였다. ③기준선과 전환선이 역전되어 소위 ‘타진매도’의 신호도 나타났다. ④후행스팬 역시 26일전 캔들의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⑤주가가 구름 하단마저무너뜨리고 내려서면 끝이다. 그때부터는 하락세라고 선언하여야 한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12월13일) 코스피지수의 마감가는 1,962이나, 구름의 하단은 1,958에 걸쳐 있다. 지난 금요일의 종가에서 단 4포인트만 하락하면 그때부터 구름 바깥으로 내던져지는 꼴이다. 아슬아슬하다. 이런 판국에 이번 주부터 구름하단의 절묘한 지지를 기대하고, 주가의 반등을 예상하며, 그래서 다시 강력한 상승추세가 도래할 것이라 주장할 수 있을까? 글쎄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것 같다.

일목균형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기술적지표를 참고해도 무방하다. 스토캐스틱은 매도로 다시 돌며 실패(failure)를 인정하고 있다. MACD나 TRIX같은 중장기 지표들은 일찌감치 매도를 주장하였다. 이제는 MFI마저 매도에 동참하였다. 뭘 더 기대하는가?

이번 주 코스피지수는 (지난주에도 내내 하락하였으니만큼)약간 반등하는 일이야 보이겠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찬스’이다. 보유포지션을 현금화할 수 있는 시기라는 말이다. 매수는 정말 권하고 싶지 않다.

(달러-원 주간전망)

올 연말, 시장이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하여 일본에 다녀올 생각이다. 그런데 날짜가 아직 남았음에도 나는 지난 금요일 은행에 들러 여행경비에 쓸 엔화를 좀 환전하였다. 내 생각에 100엔당 1,010원대의 환율이라면 거의 바닥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당분간 엔/원 환율은 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그래 보았자 몇 백만 엔, 몇 천만 엔의 거액도 아닌지라 환차라고 해보았자 지극히 미미한 금액일 터.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환율’인데 몇 천원밖에 차이나지 않는다고 허투루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사실 달러/원 차트는 아직 추세로 본다면 하락세라고 보는 편이 옳다. 지난주에 언급하였듯 일목균형표 구름이 너무나도 막강하게 위에서 버티며 환율을 누르고 있고, 전환선도 기준선과 역전된지 오래인데다 후행스팬 역시 역전되고도 한참이나 지났다. 현 상황을 상승세로 볼 이유는 전혀(!) 없다. 당연히 하락세이다.

다만, 내가 믿는 구석이라면 첫째로 1,050원이라는 심리적 지지선이 현 수준에서 가까운데, 그것이 당분간 버텨 줄 것이라는 예상이며, 둘째로는 단기적 지표로서 스토캐스틱이나 RSI 혹은 CMO 같은 기술적지표들이 바닥권이거나 혹은 바닥권에서 살짝 몸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적지표들이 바닥이라면 하다못해 약간의 반등은 나타나는 법. 달러/원 환율도 덩달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원/엔 차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원/엔 환율은 내내 밀리더니 급기야 100엔=1,000원 수준 이하로 추락하기 일보직전이다. 하지만 1,000원이라는 심리적 지지선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는 않을 터. 쉽사리 붕괴되지 않으리라 믿어본다. - 내가 엔화로 일찌감치 환전한 이유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엔 롱’인 셈, 달리 말한다면 달러/원에서도 ‘달러 롱’에 걸고 싶다. 역시 1,050원의 지지력을 믿기 때문이다. 물론 내내 1,050원이 버티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또한 달러/원의 급등 또한 예상하기 어렵다. 그래도 최소한 올해 안으로 1,050원은 버티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는 가지고 있다. - 글쎄, 이건 기술적분석이 아니다만.



(서울=연합인포맥스)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