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처럼 경제팀을 박력있게 이끄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 재정의 짐이 되고 있는 공공부채의 민낯을 드러내고 개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인 공공기관을 개혁한다니 국민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개혁은 첫 단추부터잘못 끼워졌다는 지적이 많다. 개혁을 강하게 추진해야할 정부와 공무원이 개혁대상인 공공기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저금리 시대 공무원 연금을 그대로 두고= 사법고시합격자들이고위공무원도 아닌 7급직 등 실무직공무원도기꺼이 하겠다고 나서는 게 현실이다. 이들이 공무원이 되려는이유는공공기관이 신의 직장으로 추앙받는 이유와 일란성 쌍둥이다. 공직자들은 당장 복지혜택이 공공기관에 비해 각박해 보이지만 저금리 시대에 일반국민들에 비해서는 너무 과도한 연금 혜택을 누리고 있다. 공무원 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보수적으로 봐도 월평균 200만원이다. 공무원이 되는 순간 정기예금 금리 3.5%로 잡아도 7억원 정도의 예금을 운용하는 것과 같다. 공무원 연금은 물가에 연동되는 물가채 성격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 사실상 평균 수명이 80세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들은 매년 물가 슬라이딩 만큼 수익률이 확대된다. 이 가운데 공무원들의 기여분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공무원 연금은 강력한 물가채 효과까지 지니고 있는 셈이다. 최근 저금리 시대가 더 고착화된 점을 감안하면퇴직 공무원들이 연금을 통해 향유하고 있는 원금 규모는 10억원까지 늘어난다는 게 채권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저금리 기조에다 기여분을 초과하는 연금 지급으로 공무원연금에 국가가 지급하는 재정규모는 2014년에만 2조3천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국가기 공무원연금에 줄 보전금은29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재정 부실을 나무라기에 앞서 공무원 연금부터 개혁해야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오석 부총리는 최근 '파부침선(破釜沈船)'이라는 결연한 자세로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밥을 해먹어야 하는솥을 깨고 물을 건너야 하는 배를 가라앉힌다는마음 가짐으로 공공기관 정상화를 추진하게겠다는 결기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그러나 솥을 깨려면 내 것부터 깨야 설득력을 가질 수 이다. 국가 재정에 당장 부담을 주고 있는 공무원연금의 개혁없이 공공기관만 닥달하면 추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공공기관 부채도 정부 정책의 그림자= 지난해말 현재 295개 공공기관 부채 잔액은 493조원이다. 여야 정권 교체 기인 2008년의 290조원에서 두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국가부채 443조원보다 많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등 12개 기관의 부채가같은 기간 227조원에서 412조원으로불어났다. 통계치만 보면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한심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부분을 볼 필요도 있다. 4대강 사업에 동원된 한국수자원공사를 제외하더라도 한국전력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의 부채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한전은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국민과 기업에 제공했다. LH공사도 보금자리주택 등을 공급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공공주택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급격하게 늘었다.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떠안은 부채가 대부분이다. 공공기관이 자원의 재분배에 일조했다고 확대해석할 수도 있는대목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까지 감안해서 한 해 예산안을 짜고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로 정부의 감시권을 벗어나서공공기관이 독자적으로 파티하듯이부채를 늘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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