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반발ㆍ수십억 연봉 부담

-출범 초기 안정에 내부 인사 적합 판단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이미란 기자 = NH농협금융지주 초대 회장에 전직 고위 관료가 발탁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신충식 전 농협중앙회 전무이사가 추천됐다.

관료 출신들이 하마평에 오르자 농협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로 출범하는 금융지주와 은행의 정착을 위해서는 내부 출신 인사가 적합하다는 견해도 힘을 얻었다.

농협은 24일 특별 인사추천위원회를 열어 신충식 전 전무를 오는 3일 출범하는 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농협은행장으로 추천했다.

당초 특별 인사추천위원회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따로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은행장에는 신 전 전무가 내정됐다.

금융지주 회장에는 관료 출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상을 뒤엎고 내부 출신인 신 전 전무가 겸직하기로 했다.

농협은 금융지주 회장을 내부 출신에게 맡기고 은행장을 겸직하도록 한 이유로 금융지주 출범 초기 사업정착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는 출범 초기 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마찰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매금융의 강자인 동시에 관공서의 금고은행으로서 쌓아온 튼튼한 영업기반을 유지하면서 초기에는 안정성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인 김영기 농협 이사는 "제한된 인재풀에서 외부인사를 영입하기 어려웠다"며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신 전 전무 선임이)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정부 자본금을 지원받아 출범하는 입장이라 외부 인사를 영업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지급하는 데 부담도 느꼈다.

농협 안팎에서는 정부 출신인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자 내외부에서 강력한 반발이 일어난 점이 신 전 전무가 발탁된 이유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별 인사추천위원회가 처음 열린 지난 17일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자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성명을 내고 "금융권 임원이 노쇠한 관료들의 노후대책 자리인 것처럼 여기는 정부의 행태가 개탄스럽다"며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었다"며 가세했다.

농협은 정부가 금융지주에 1조원을 출자하는 점을 감안해 관료 출신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자 차선책으로 권태신 부위원장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가 권 부위원장을 추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관료 출신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농협은 결국 내부 출신인 신 전 전무의 손을 들어줬다.

특별 인사추천위원회는 이날 결과를 오는 29일 농협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후 농협금융지주가 회장과 은행장 겸직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작성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고 다음 달 2일 금융지주 창립총회를 열면 신 전 전무는 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농협은행장으로 정식 취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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