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사장은 24일 한 매체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함께 추진중인 외화계정 설치방안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환정책의 주요 카운터파트인 기획재정부는 뜨악한 표정이다. 금융위원장 출신이기도한 전이사장이 전후 사정을 잘 알면서도 재정부와 충분히 협의도 하기 전에 일방적으로 관련 사실을 발표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에 불필요한 혼선만 초래했기 때문이다.
전이사장은 이날한국은행에 원화 기금계좌만 둘 수 있도록한 현행 법령을 개정해 ▲ 해외투자와 외화표시 배당금 수취 때마다 환전을 거쳐 한국은행 예치계좌로 자금을 옮겨야 하는데 따르는 비용과 수고를 덜고 ▲ 원화가치가 급락하면 해외에 좋은 투자대상이 있어도 달러가 없어 투자할 수 없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 잦은 환전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증대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외화계정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외화 계정 도입에 대해 "현재 내부검토단계"라며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고 국민연금 역시 국고금관리법의 관리를 받는 국고금의 일종이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재정부는 국민연금의 외화계정 추진 소식에 '검토한바 없음'이라는 해명자료를 내는 등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재정부는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국민연금공단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가 외화계정 도입을 위한 법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전 이사장의 인터뷰 기사에 대해 '검토한바 없고, 법 개정일정 등에 대해서도 협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해명자료 배포는 외환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을 재정부와의 협의도 없이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것에 대해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이 운용 중인 외화자산은 현재 45조원 규모로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10%가 넘는 수준이다. 또 국민연금은 앞으로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 운용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외화 계정을 보유하고 환의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제금융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특히 '기금의 실질가치 유지를 위한 연금재정의 장기안정성 확보'라는 국민연금의 중장기 운용방향은 '외환시장 안정'을 추구하는재정부의 방침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관련 사항을 추진하면서 재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고금관리법에 따라, 국민연금이 별도의 계정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협의권을 가지고 있고, 시행령 개정을 위해서는 부처협의도 거쳐야 한다"며 "외환 계정 유치는 국민연금이 주도적으로 처리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외화계정 도입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면 도입의 장단점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추진 여부를 함께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외화계정 설치는 외환시장 관리에도 연관된 사안이라 재정부와의 협의가 중요하다"며 "전 이사장의 발표 이후 우리도 많은 항의를 받았고 재정부 쪽에는 미안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w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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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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