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이윤구 기자 = KB금융지주와 삼성생명이 ING생명 아시아태평양 사업부문 공동인수 문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ING생명 인수전에서 삼성생명이 파트너 제안을 하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삼성생명은 관심이 있다면 먼저 제안을 하라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은 24일 최근의 ING생명 아태 사업부문 인수 관련 보도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해외사업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ING생명 아태 사업 인수에 관심을 갖고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입장은 최근 어윤대 회장이 ING생명 공동 인수 발언을 한 후에 나와 업계 일각에선 삼성생명이 KB금융 쪽의 제안에 화답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삼성생명은 그러나 ING생명 인수 관련 공시는 향후 매각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원론적 언급일 뿐이며, 어윤대 회장 발언에 대한 화답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어윤대 회장 발언과 관련해선 필요하다면 KB금융 쪽이 먼저 제안을 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어윤대 회장이 (우리 쪽이) 제안을 하면 받아줄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렇게 관심이 있다면 먼저 제안을 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 그런 제안은 없었다"고 말했다.

어윤대 회장은 지난 22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컬링국가대표팀 후원 협약식'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ING생명 인수에 관심이 있지만, 아태부문 전체를 다 살 수는 없다"며 "삼성생명이 파트너 제안을 하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삼성생명의 반응에 대해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ING생명 공동 인수 관련 발언은 어윤대 회장이 먼저 꺼낸 얘기가 아니라, 단순히 기자들의 관련 질문을 한 데 대한 답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선 은행과 생명보험 업권 선두 주자인 두 회사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회사는 은행과 보험 업권의 대표주자인 만큼 서로 쉽게 볼 수 없는 처지"라며 "자산 규모 면에선 KB금융이 360조원대로 150조원대인 삼성생명을 크게 앞서지만 단순 비교는 어렵고, 시가총액 면에선 삼성생명이 17조7천억원대로 16조원 수준인 KB금융을 앞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두 회사의 ING생명 공동 인수는 서로에게 득이 되는 선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은 KB생명이 생보업계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자산 20조8천억원 규모의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면 단숨에 생보업계 5위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심규선 한화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ING생명 한국부문 인수는 신한금융지주와 비교할 때 열위인 비은행 사업 부문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보유 자본의 레버리지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중국과 태국 등 2곳에 현지 합작법인을 두고 있다. 앞으로 5년 내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ING생명의 아태 부문은 인도 등 아시아지역에서 기반을 닦아놓은 만큼 인수 시 삼성생명이 해당 국가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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