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 계획을 최종 보완 마무리하느라 연말임에도 눈코 뜰 새 없다.

내년 기업 업황과 경기는 물론 여러 요인이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핵심 변수는 단연 환율이다.

달러-원 환율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양적완화(QE) 축소를 시행하는 테이퍼링 시점이 언제냐가 큰 맥을 잡는데 제일 중요하다. 재닛 옐런 Fed 차기 의장 지명자의 취임 이후인 내년 3월이 유력한 시점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올 12월 단행을 예상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Fed가 매월 850억 달러씩 풀던 달러화를 회수하는 시점과 규모에 따라 전 세계 달러의 총량은 바뀌고, 이는 우리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환율, 채권, 주식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다.

달러-원의 움직임은 특히 환차손실을 방어할 실력과 제품 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간판 기업을 제외한 수출 중심의 중견 및 중소기업에 여전히 심대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기업에는 달러-원 환율 못지않게 달러-엔 환율이 중요하고 뿐만 아니라 두 환율의 재정환율(크로스 레이트)로 정해지는 원-엔 환율도 큰 의미가 있다. 국제시장에서 국내기업의 영업과 실적은 일본과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여전히 중요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정부의 소재, 부품 분야의 지원으로 국내 기업의 제품 경쟁력이 확보되면서 대일 의존도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1%로 축소되고, 올해 수출에서 일본의 비중도 6%에 불과했다. 전 세계의 수요 증가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내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와 제품경쟁력 확보로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잠시 방심하는 동안 국내 수출 상위 품목 중 일본의 상위 100대 품목과 중복 품목이 올해 1월~8월 사이에 작년 49개에서 55개로 늘어나 수출 경합도는 매우 치열해졌다. 그동안 부진하던 일본의 수출이 7월부터 승용차, 반도체, 화학제품 등에서 수출 물량이 증가세로 전환됐다.

중기적인 확신을 아직 할 수는 없지만, 단기적으로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나타나 일본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살아나는 모양새다.

일본 기업의 회복이 추세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국내 기업들에 중요한 비빌 언덕은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의 추이다.

이 환율에 일차적 영향을 주는 달러-원의 추이는 단기적으로 외환당국의 경계감 등으로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

문제는 달러-엔이다.

아베노믹스의 향후 성공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테이퍼링의 속도와 규모가 강력해지면 중기적으로 달러-엔이 현재 103엔대에서 110엔대로 상승하고 이후에, 110엔-120엔 사이에서 고공행진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엔-원은 좀 더 추락하게 될 것이다.

최근 엔-원은 1,020원으로, 지난 2009년 3월 말에 1,640원 선까지 치솟은 이후, 다시 2008년 11월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달러-엔이 고공 행진을 지속한다면 원-엔 재정환율은 국내 중소 수출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 아래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향후 환율 움직임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위험 요소는 오히려 원-달러 강세를 조장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환율은 국내 기업의 실적, 주가, 경기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해 나갈 것 같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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