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 인구 14만의 소도시…도시계획 전문가 필요

- '그린 에코 스마트'로 세계 선도하는 명품공항 만들 것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남승표 기자 = "3단계 확장으로 인천공항을 '그린 에코 스마트'로 만들자고 했다. 세계 어느 곳보다도 에너지 효율적인 곳으로 만들면 공항 자체가 명품이 되고 공항을 배우러 많이 오게 된다."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1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로, 철도, 항만 등 SOC분야 투자가 마무리되는 지금, 아프리카와 남미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투자가 늘어나는 공항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공항은 이미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 8연패 등으로 세계 각국에서 노하우를 배우러 찾아오는 만큼, 기후 변화 등 세계적인 트렌드를 도입해 변화한다면 그 자체로서 창조경제의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001년 3월 개항이래 1단계와 2단계 사업으로 연간 4천400만 명의 승객을 수용했던 인천공항은 현재 3단계 확장사업에 착수했다. 사업이 마무리되는 2017년이면 승객 수용능력은 연간 6천200만 명으로 늘어난다.

하루에 드나드는 승객만 10만여 명,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19개 정부 기관과 4만여 명의 직원이 움직이는 인천공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소도시다.

정창수 사장이 인천공항의 미래를 설계할 적임자로 꼽히는 것은 그가 오랜 시간 도시계획을 담당했던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행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국장,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부단장, 국토해양부 1차관 등을 역임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 인천국제공항 3단계 확장 사업이 진행 중이다.

▲ 1여객 터미널이 문을 열었을 때 활주로가 2개였고 연간 3천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여기에 탑승동을 만들며 1천400만 명이 추가돼 현재 연간 4천400만 명까지 늘었다. 앞으로 3단계 사업이 완성되면 1천800만 명의 이용객을 더 수용할 수 있어 연간 6천200만 명의 승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이다.

이게 큰 거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중국의 홍콩, 베이징, 상하이, 싱가포르의 창이 공항은 수용능력이 6천만 명을 넘는다. 베이징 공항은 1억 3천만 명, 다른 공항들은 8천만 명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허브공항이라는 건 환승률이 얼마라는 것보다 중요한 게 절대량이다. 비행기가 많이 날아와야 한다. 출발지와 목적지가 인천인 항공편도 많아야 하고 환승편도 늘어야 한다.

-- 3단계 확장공사 사업비가 5조 원에 육박한다. 조달 방안은.

▲ 기업 비밀이다(웃음). 가장 싼 비용으로 한다. 뭐냐면 우리 신용등급이 'AAA'급이다. 은행이 알아서 잘 줄 거라고 생각한다. 채권발행은 될 수 있는 대로 줄일 거고 하더라도 가장 좋은 조건으로 한다. 채권시장이라는 곳이 항상 변하지 않나. 금리도 유동적이고. 외자는 어떤 형태로든 비싸니 최소화한다. 금융비용은 낮춰야 한다.

공공기업의 채권시장 발행액이 100조 원가량 된다고 들었다. 인천공항공사가 3단계 사업으로 채권 발행하더라도 시장에 주는 영향은 거의 없을 거다.

-- 3단계 확장공사에서 '그린 에코 스마트'를 표방했다.

▲ 세계적인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국가 발전 단계에서 SOC부문 트렌드가 공항으로 가고 있다. 둘째 기후변화가 세계적인 어젠더(의제)로 자리 잡았고 그 대상 중 하나가 공항이다. 이런 트렌드를 배우고 공간구조를 만들어 대량화시키면 새로운 수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곳이 공항인데 '그린 에코 스마트'로 만들자고 했다. 인천공항을 세계 어느 곳보다도 에너지 효율적인 곳으로 만들면 공항 자체가 명품이 되고 공항을 배우러 많이 오게 된다. 보온과 단열을 강화하고 신재생 에너지 사용비율, 자연채광 극대화 등으로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훨씬 경제적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 공항이 수출상품이 될 수 있다는 건가.

▲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현재까지 8개국 16개 사업을 수주했고 그 중 3곳에 건설CM(사업관리)과 PM(프로젝트관리)으로 나가 있다. CM이나 PM으로 해외공항 건설현장에 나간 사례가 인천공항이 최초다. 과거 1단계, 2단계 건설인력이 있고 개항 이후 13년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기록이 있다. 그러니 건설부분에서도 자연스레 인천공항의 깃발 아래 컨소시엄으로 간다. 운영유지관리 부분도 컨설팅해주고 돈을 벌어온다. 얼마 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왔을 때 블라디보스토크 지역 공항 관계자가 찾아 와 지분투자를 같이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당당한 지식산업으로 창조경제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미얀마 한따와디 공항 건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도 인천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영향이 컸다. 미얀마 양곤과 60㎞ 떨어진 곳에 한따와디 공항을 만든다. 두 공항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걸 우리나라 김포와 인천, 태국 수완나폼공항과 돈무앙 공항의 사례를 들어 설명해줬다. 미얀마도 BOT 사업이 처음이라 서로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 공항 내 투자유치도 활발하다고 들었다.

▲ 내년이면 파라다이스 그룹에서 국제업무단지-Ⅰ 지역 10만 평에 공사를 시작한다. 하야트에서도 제2하야트호텔을 짓고 있고, 화물청사, 자유무역지역(FTZ)에는 각종 물류기업과 반도체 부품업체, 고가 항공운송물품 제조업체 등을 유치한다.

공항은 도시계획 시설이다. 도시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하는데 새로운 시가지의 개념에서 바라봐야 한다. 하루 이용객이 9만~14만 명에 이르는 데다 이들을 위한 여객터미널 내 종사자만 4만 명에 이른다. 공항이 발전하려면 하나의 타운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싱가포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창이 공항을 내려서 시내에 진입하는 구간을 예술처럼 만들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공항에서 다운타운으로 진입하는 길이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들어서면 마리나 베이 센즈와 리조트월드 센토사가 있다. 세계 젊은이들이 몰려온다. 그러니 창이 공항 여객수가 확 올라가는 거다. 인천공항을 따라잡으려고 바짝 추격하고 있는데 이런 걸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정창수 사장은 워크홀릭이다. 24시간 돌아가는 공항의 특성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주말이 따로 없다. 그러면서도 관사에 머물 때는 직원들에게 방해될까 바깥출입을 자제하기도 하는 섬세한 면도 있다.

국토해양부 차관 시절, 온갖 이해관계로 엮여 있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던 그에게 인천공항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 맡겨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창수 사장은 국제공항은 오케스트라와 같다고도 말했다. 인천공항의 미래와 함께 정 사장이 마에스트로의 반열에 오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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