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총구를 떠난 총알이 900미터를 날아가는 시간',`지구 표면에 420톤의 비가 쏟아지는 시간','꿀벌이 살기 위해 날갯짓을 200번 하는 시간',`1.3대의 승용차가 생산되는 시간',`별 79억개가 사라지는 시간' 등등.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있는 `1초 동안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일'로 언급된 것들이다.

`1초'라는 시간은 길지도 않지만 짧지도 않은 시간이며, 절대적이면서도 상대적인 개념이다.

지난 12일 발생한 한맥투자증권의 주문실수 사고는 결과적으론 `1초'를 지배하고픈 트레이더들의 무한한 욕망이 도달할 수 있는 현실적 귀결의 사례를 보여줬다.

사람이 직접하진 않았지만, 사람이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연달아 주문을 초고속으로 내놓는 것을 제어하지 못했다.

업계에서 쓰는 자동 트레이딩 시스템은 1분에 1만5천건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다. 꿀벌의 날갯짓보다 빠른 빛의 속도에 가깝다.

파생시장은 손으로 주문을 내는 수작업보다는 기계화된 자동 주문 형태로 진화해왔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면 누가 먼저 주문을 넣느냐에 따라 수익이 생기는 속도 싸움이다. 하이프리퀀시트레이드(HFT.High Frequency Trade)가 그 종결자다.

사람이 스크린을 보며 시세를 눈으로 파악한 뒤 뇌를 거쳐 키보드를 눌러 주문을 내기까지 1초 이상 시간이 걸리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코드화하면 수백배 빠른 속도로 대처할 수 있다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업계에선 투자전략보다도 운용 프로그램과 장비에 목숨을 거는 추세다.

문제는 여기서 위험을 얼마나 떠 안고 가는지가 관건이다. 프로그램 코드 자체도 복잡하면 시간이 지연된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차익기회를 포착하고도 리스크를 계산하는 동안 기회를 날릴 수 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무겁게하는 여러 통제장치를 제외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법하다.

한맥증권의 경우 그것도 모자라 개장 후 시스템이 시세데이타를 `0'으로 받은 상태인데도 무리한 가격으로 주문을 미리 넣었다는 것인데, 결과는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바로 그 확률'에 걸려버린 것이다. 프로그램에 `시세가 없으면 주문을 하지말라'는 제어명령만 있었어도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선 시스템을 설계한 인재임이 분명하다.

한국거래소는 내년 2월 도입 예정인 차세대 매매체결 시스템인 '엑스추어 플러스'에 탑재될 예정이었던 '킬 스위치'(일괄 주문취소) 기능을 조기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일종의 일괄 제어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체적으로 이러한 사고를 대비한 인식은 더 공고해질 필요가 있다.

올해 초 KB투자증권의 선물주문사고나 KTB투자증권 프랍트레이딩 주문실수 등은 IT에 대한 증권사의 투자가 감소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무슨 시스템 안전이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방심한다면 모든 투자기관들에게 `1초'의 저주가 예외일 수 없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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