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회계업계 최초…법정공방 이어질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내 2위권의 회계ㆍ컨설팅법인인 삼정KPMG의 내분사태가 결국 파트너 임원에 대한 징계와 제명, 형사고발로까지 치닫고 있다.

올 초부터 시작된 현 경영진과 파트너 임원들의 갈등 양상이 연말을 앞둔 시점까지 이어지면서 삼정KPMG의 평판이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정KPMG는 18일 역삼동 본사에서 주주사원(에쿼티파트너) 총회를 열어 정모 부대표에 대한 제명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국내 회계법인 가운데 파트너 임원을 제명한 곳은 삼정KPMG가 처음이다.

회계법인은 주주인 파트너가 중심이 된 조직이라는 점에서 이번 제명조치는 특정 주주를 몰아낸 사례에 비견된다.

제명된 정 부대표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삼정과 산동이 합쳐 만들어진 삼정KPMG의 창업멤버로 내년 3월 말 정년퇴임을 앞둔 원로급의 파트너 임원이다.

삼정KPMG는 정 부대표가 근거없는 의혹을 바탕으로 현 경영진을 공격하고 조직을 흔드는 등 '해사(害社) 행위'를 해 불가피하게 징계와 함께 제명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삼정KPMG가 정 부대표를 제명하기까지의 상황을 보면 내부 논란을 더욱 키울 여지가 있다. 최악의 경우 법정다툼으로까지 확산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게 된 것은 지난달 창업멤버인 최모 부대표가 김교태 대표 등 경영진의 독단적 경영행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각종 비위ㆍ비리 의혹을 제기한 게 계기가 됐다.

정 부대표는 최 부대표가 제기한 현 경영진과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비위ㆍ비리 의혹에 대해 내부조사위원회를 꾸려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경영진에 해명을 요구한 의혹은 ▲택스(세무)본부의 불법 영업행위 ▲경영진이 KPMG인터내셔널에서 거액의 보상금을 수령 ▲김교태 대표와 측근 파트너들의 배당 및 인센티브 과다 수령 ▲김교태 대표의 무분별한 접대비 사용 등이다.

경영진은 자체 조사 결과 제기된 비위ㆍ비리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며 정 부대표의 주장을 일축했고 조사위원회 설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정 부대표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각종 자료를 제시하면서 경영진에 해명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김교태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영진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으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고도 거론했다.

이에 경영진은 정 부대표의 주장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징계절차에 착수했으며 징계위원회를 열어 주주사원총회에 제명안건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경영진 측은 "사실이 아닌 것을 내외부에 공표하고 김교태 대표에 다량의 문자와 이메일을 보내 사퇴하라고 협박해 제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부대표는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파트너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정당하게 제기할 수 있는 문제로 경영진도 성실히 답할 의무가 있으나 오히려 입을 막기 위해 징계와 제명이라는 극단적 선택지를 꺼내 들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부대표는 특히 경영진이 징계 절차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무실을 폐쇄하고 사용 중이던 PC를 압수해 개인 이메일 내용까지 확인한 데 대해 격앙했다.

그는 "개인의 이메일 내용까지 들여다본 것은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진 측은 이메일 확인 결과 정 부대표와 퇴직 임원들이 김교태 대표 등을 공격하기 위해 논의한 근거를 확보했으며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김교태 대표 등 경영진이 장기적인 내분사태에 따른 평판 추락에도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강경 일변도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제명을 위한 주주사원총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진념 회장(전 부총리) 등이 직접 나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중재를 시도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진 회장의 설득에 정 부대표는 갈등 국면을 종료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으나 김교태 대표 등 경영진이 정 부대표의 사과가 전제되지 않으면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완강히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윤리의식으로 똘똘 뭉쳐야 할 엘리트 전문가집단인 회계법인에서 정치권의 추태보다 더한 막장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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