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제일모직은 지난달 24일 고가의 악어백 제조사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카'의 지분 100%를 전격 인수했다.

주로 해외 브랜드를 직수입해 온 제일모직이 해외 유명 브랜드를 직접 경영하겠다고 나선 것. 이는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을 총괄하는 이서현 부사장의 작품이다. 캐주얼 브랜드 '빈폴'의 글로벌화에 이어 이 부사장의 야심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

또 광고계열까지 맡은 이 부사장은 아이디어를 강조하고 파격적인 포상제도를 도입한 결과, 제일기획은 올해 저명한 국제 광고제에서 최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로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양사의 방향은 이처럼 뚜렷해졌다.

그러나 화려해진 외형과 달리 양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경기둔화 탓도 있으나 사업 확장에 따른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이 부사장의 글로벌화 전략도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세계로, 세계로' = 이 부사장은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학교를 나온 패션 전문가다. 지난 2002년 제일모직에 부장으로 입사해 패션 부문에 집중해왔다. 사실 제일모직의 해외 진출은 이 부사장 입사 전인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이 부사장이 패션 부문을 맡고 나서 속도가 빨라진 것도 사실이다.

2005년 '빈폴 인터내셔널 캠페인'으로 해외 진출에 가속을 붙여 중국은 물론 미국 뉴욕에도 진출했다. 중국 내 매장은 벌써 110여개가 들어섰다. 지난해 '빈폴' 매출은 5천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빈폴'뿐만 아니라 '갤럭시'와 '라피도'도 중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는 중이다.

다만, 제일모직은 해외 사업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전 계속해서 해외 유명 브랜드를 직수입했다. 일각에서는 재벌가 브랜드 육성보다는 손쉬운 수입에 의존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최근 '콜롬보' 인수는 패션업계에선 일대 사건이다. 사실 소비자가 특정 패션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문화를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아직 패션 부문에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는 우리나라 기업이 명품 브랜드를 인수하는 데는 부담이 있다.

이 부사장은 그러나 '콜롬보' 인수를 통해 과감하게 해외 경영에 나섰다. 오히려 제품 라인업 보강으로 아시아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또 제일모직은 내년에 패션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빈폴 아웃도어, SPA 에잇세컨즈, 2030 여성복 '에피타프(가칭)' 등 신규 3개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있다.

국내 1위 광고업체인 제일기획은 해외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이 부사장이 아이디어와 해외 광고제 수상에 대한 포상을 강화하면서 제일기획은 올해 칸 국제 광고제에서 미디어 부문 그랑프리와 금상 4개를 차지하는 최대 성과를 거뒀다.

증권업계도 해외 경기가 변수지만 그동안 부진했던 제일기획의 해외 매출이 인지도 상승과 함께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익성 하락..'경영인 이서현' 평가 이르다 = 제일모직은 올해 3분기까지 IFRS 연결기준 4조1천974억원의 매출액에 2천380억원의 영업이익, 2천1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나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5.2%와 5.9% 각각 줄었다.

제일기획도 마찬가지다. 1조1천869억원의 매출액에 666억원의 영업이익, 6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나타냈다. 매출액은 15.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5.4%와 2.1% 각각 감소했다.

제일모직은 케미칼 사업 부문 등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 환율 변동 요인으로 수익성 감소를 겪었다. 수익성 하락이 주로 패션 부문을 총괄하는 이 부사장의 책임으로 볼 수는 없으나 앞으로 CEO로서 성장 동력으로 중요한 케미칼과 전자재료 분야에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전략을 갖춰야 한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제일기획의 경우 공격적인 인력 충원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수익성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해외 법인 인력은 지난해보다 약 25%나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직 해외 광고 수주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 물량을 빼곤 미미하다. 신규로 해외 광고주를 개발해내고는 있으나 펀더멘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제일기획 주가는 연초 1만3천원대에서 1만8천원대로 올랐으나 현재 실적보다는 종편채널 출범 등 내년 광고시장 확대에 따른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경영인 이서현'에 대한 평가는 '보류' 정도가 맞다.

글로벌화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성과가 가시화돼야 어느 정도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재계와 금융권의 설명이다.

증권사의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의 해외 사업 확장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며 "유명 브랜드 인수, 매장 및 법인 확대, 인력 충원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 양사 성장성에 큰 타격"이라고 진단했다.

재계의 관계자도 "사실 국내 패션사업이나 광고사업의 글로벌화는 큰 모험"이라며 "아직 이 부사장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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