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무려 5조5천억원에 달하는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하면서 여러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어려움에 빠진 한진해운뿐만 아니고 대한항공까지 재무개선책을 내놓은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르지만, 한진해운 지원에 따른 대한항공의 부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IB와 크레디트 업계 관계자들은 자구계획 성공 관건이 양사 모두의 영업현금창출력에 달렸다고 20일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조달할 자금만큼이나 많은 투자도 계획하고 있고 한진해운은 수익성을 회복해야 호황기 때 발주한 선박에 대해 투자비와 장기용선료를 내면서 재무개선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자구계획에 일부 차질이 있더라도 장사해서 벌어들이는 돈이 꾸준하다면 어느 정도 용인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항공업종 특성상 글로벌 경기와 지정학적 리스크, 유가 등 외부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고 한진해운은 업황이 바닥을 친 것으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수익성 회복에 고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분기 1천6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누적으로는 아직도 374억원의 적자를 나타내고 있고, 한진해운은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은 '현금창출력(EBITDA)/이자비용' 지표가 1배 미만이다.

결국, 양사의 자구계획이 시장의 신뢰를 얻으며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

대한항공 경우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자금 소요가 많다.

대한항공은 오는 2018년까지 B787 기종 1대를 포함해 항공기 12대를 사들이기 위해 3조9천817억원을 투자한다.

또, 한국항공우주(KAI)[047810] 인수와 함께 부산과 사천에 각각 1조5천억원 규모의 항공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KAI 인수가 지연되고 항공클러스터 조성도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으나 경영진의 의지는 강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담당하는 LA월셔그랜드호텔 재개발과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 리노베이션에도 적잖은 자금이 소요되고 그룹차원에서도 2018년까지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한진 메디컬 콤플렉스'를 추진하는데 5천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그밖에 한진그룹은 국내외 호텔과 리조트 사업에도 큰 관심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더군다나 대한항공이 매년 1천억원 내외의 배당금을 받는 에쓰오일 지분을 매각하고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안정적인 배당금 수익을 포기하고 지원 리스크를 얻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차입금과 회사채, 선박금융 등 매년 1조원 내외를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장사해서 돈을 벌어야 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크레디트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경우 자구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투자와 함께 부채비율을 2015년까지 400%대로 낮추려면 연간 2조원 이상의 EBITDA를 꾸준히 창출해야 한다"며 "한진해운은 하루빨리 적자에서 탈피해야 채권단 등의 지원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IB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자구계획이 늘 그렇지만 굵직한 1건만 틀어지게 되면 오히려 더 큰 재무 우려를 받게 된다"며 "꾸준한 영업흑자와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현금창출력이 받쳐줘야 다소 지연되더라도 재무개선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coop21@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