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외국계 증권사들이 '초 고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

벌어들인 이익의 수십배에 달하는 자금을 잇따라 본점으로 송금키로 해 구조조정에 몸살 중인 국내 증권사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릴린치 인터내셔널 인코포레이티드 증권 서울지점은 지난 20일 누적 이익잉여금 중 900억원을 본점인 메릴린치 인터내셔널 인코포레이티드에 송금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일에 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메릴린치증권은 서울지방국세청이 2007~2012사업연도 정기 세무 조사로 법인세를 부과해 당기순이익이 적자 전환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대규모의 자금을 본사에 송금했다. 메릴린치증권은 올 초에도 400억원을 본점에 송금했다.

지난 13일 UBS증권도 1천400억원을 본사로 송금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인 59억원의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UBS증권은 업황부진에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분의 1 토막이 났지만, 고배당은 여전했다. UBS증권은 지난 3월 600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 7월 말에 본사로 이 돈을 송금했다.

외국계증권사들이 잉여금을 대규모로 본사에 보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골드만삭스증권은 2천700억원을 본점으로 보냈다.

메릴린치나 UBS증권과 같은 외국계 증권사는 법인이 아닌 지점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점에 송금한다. 본사는 이런 방식으로 이익을 챙기게 된다.

슈로더자산운용, BNP파리바운용, 악사자산운용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들도 국내에서 거둔 순익 대부분을 배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대주주가 본사인 경우가 많아 외국자본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이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계증권사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국내 자본시장 기여보다는 본사 이익 챙겨주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사실상 배당과 비슷한 개념인 송금 규모가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sykwak@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