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주말에 자동차에 기름을 넣다가 깜짝 놀랐다. 휘발유 가격이 ℓ당 2천230원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高유가 시대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서울특별시의 평균 기름값은 ℓ당 2천원을 훌쩍 넘겼다. 서울 중구와 강남구의 주유소는 휘발유 가격이 ℓ당 2천300원을 넘긴 곳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기름값은 앞으로도 가파른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가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4일(미국 현지시각) 서부텍사스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9.77달러에 마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의 사상 최고치는 지난 2008년 기록한 배럴당 146.65달러다.



#국제 유가가 오르는 이유는 ▲이란의 지정학적 불안 ▲글로벌 유동성 과잉 ▲글로벌 달러 약세다. 가장 큰 이유는 이란의 지정학적 불안이다.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놓고 서방과 이란이 대치국면에 들어선 게 유가 상승의 불길을 댕겼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선제공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농축우라늄 생산량을 급격히 늘렸고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과 이란의 갈등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글로벌 유동성 과잉은 유가를 올리는 펌프역할을 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흘러나온 값싼 자금이 석유시장으로 밀려왔기 때문이다. 재정ㆍ금융위기에 대처하려고 미국과 유럽이 경쟁적으로 돈을 찍어낸 부작용이다.

글로벌 달러 약세는 불타오르는 국제유가에 기름을 부었다. 국제 유가가 달러로 표시되는 까닭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자동으로 유가는 오른다. 달러 약세의 원인은 유럽 재정위기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한고비를 넘기면서 유로화가 대폭 올랐고 달러 약세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고유가 현상은 국제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미국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고유가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3차 양적 완화(QE3) 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지표는 뚜렷한 경기 회복을 증명하고 있다. QE3의 명분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고유가의 원죄를 진 연준이 대내외 비판을 무릅쓰고 QE3를 결정하기엔 부담이 크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엔화의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은 연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한다. 미국의 경제회복과 QE3의 지연은 엔화 약세를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화는 작년 연말 1달러당 75엔까지 치솟았다가 25일 현재 81.19엔까지 내려왔다. 고유가가 미국 통화정책의 변화를 자극하고 엔화 약세에 모멘텀을 부여할지 주목된다. 유로존의 안정을 바탕으로 유로-달러가 오르고 고유가와 美 통화정책변수로 달러-엔이 오르는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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